“동구 공산주의 버릴것”51%/불 방송위 동서구 8국 여론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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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본주의 보다 사회민주주의 선호/“동구변혁은 새분쟁 초래”비관우세/63%가 독일통일 찬성… 폴란드만 반대파 많아
동구와 서구를 통틀어 유럽인들이 일반적으로 호감을 갖고있는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사회민주주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련등 동구국가들이 전통적 공산주의 체제로 결국은 회귀할 것이라고 믿고있는 유럽인들은 거의 없으며,점차 공산주의를 포기하거나 공산주의를 유지하더라도 정치.경제적 자유를 대폭 확대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게 유럽인들의 대체적 생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의 언론연구기관인 CSA(프랑스방송위원회)가 각국 연론조사기관과 합동으로 소련ㆍ헝가리ㆍ폴란드ㆍ영국ㆍ서독ㆍ프랑스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 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전체응답자의 51%가 동구국가들이 공산주의를 점차 포기할 것으로 보고있으며,31%는 공산주의가 유지되기는 하되 정치ㆍ경제적 자유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전통적 공산주의체제로 결국 회귀할 것이라는 응답은 4%에 그쳤다.
그러나 소련국민의 경우 공산주의가 포기될 것이라는 응답(35%)보다는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46%)이 많아 전체응답자의 76%와 69%가 각각 공산주의포기를 전망한 헝가리나 폴란드 국민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번 조사결과 가장 특징적인 현상가운데 하나는 동ㆍ서구인을 막론하고 유럽인들은 사회민주주의에 강한 호감을 갖고있다는 점으로 전체응답자의 55%가 사회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부정적 평가(1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평가(65%)가 긍정적평가(15%)보다 월등히 많았고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긍정적평가(32%)보다는 부정적평가(41%)가 많았다. 이들 8개국 국민 가운데 유독 소련만은 공산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38%)가 부정적인 평가(27%)보다 많아 대조를 이뤘다.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영국과 폴란드의 경우에만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 평가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에 대해서는 8개국 모두에 있어서 긍정적 평가가 부정적 평가를 앞질렀다.
「사회민주주의라고 하면 어느나라를 우선 생각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서독(3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프랑스(28%) ▲스웨덴(21%) ▲스페인(11%) ▲영국(9.4%) ▲이탈리아(9.3%) 등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헝가리와 폴란드 국민의 경우 서독과 프랑스를 우선적으로 지적한 반면,소련응답자는 스웨덴을 꼽았다.
소련ㆍ헝가리ㆍ폴란드 등 3개국 국민만을 대상으로 한 「장래에 어느체제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3개국 모두 사회민주주의체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공산주의체제라는 응답은 헝가리와 폴란드의 경우 각각 4%와 1%에 불과한 반면 소련의 경우 31%로 사회민주주의라는 응답(35%)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이들 3개국만을 대상으로한 「며칠내에 총선이 실시될 경우 어느당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소련국민은 ①공산당(30%) ②사회민주당(23%) ③녹색당(17%)등의 순서를 보여 ①사회민주당 ②기독교민주당 ③자유당 및 녹색당 등의 순서를 보인 폴란드 및 헝가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사회민주주의라고 했을때 유럽인들은 대체로 ▲사회보장(43%) ▲불평등의 해소(39%) ▲근로자의 경영참여(34%) ▲생활수준향상(28%) ▲근로시간축소(22%)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19%) 등을 생각하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독일통일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응답(63%)이 반대한다는 응답(25%)보다 많았는데 유독 폴란드만은 반대(64%)가 찬성(26%)보다 월등히 많아 국경문제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했다.
또 「현재의 동구권 변혁이 장차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럽의 항구적 평화를 보장할것」이라는 낙관적 응답(36%)과 「진정한 유럽의 긴장완화는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응답(38%)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세계의 새로운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응답(11%)까지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것으로 지적됐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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