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구조의 단층현상/서민용 공공 레저시설 마련돼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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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득의 지속적 증대와 별나게 자기 과시적인 소비성향이 맞물려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새 소비의 이중구조가 틀을 잡아가고 있다. 소비구조의 단층현상은 그 전모의 통계적 파악은 어렵지만 시장개방의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유별나게 사회적 관심의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한 국민 일체감의 손상이라는 해독이 심각한 것인 만큼 전반적인 소비의 자제와 아울러 특히 일부 상류층의 과시성 과소비와 호화ㆍ사치성 소비억제를 다시 한번 촉구해두고자 한다.
최근의 세태를 보면 신당출범,지방자치제선거와 관련된 각종 정치적 집회와 행사의 연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통화증발과 인플레 기대심리의 확대로 전국이 들뜬 분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 와중에서 소비의 무절제가 더욱 횡행할 것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내수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기활성화라든가,돌이킬 수 없는 수입개방,그리고 소비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기 쉬운 소득 단계상의 특성 등이 이같은 우려를 한층 절박하게 만들고 있다.
주택,자가용,골프,외산 유명브랜드의 의복 등 확연히 눈에 드러나는 재화들을 기준으로 그것을 갖춘 자와 못갖춘 자가 너무 쉽게 마주치는 것이 우리네 소비생활의 현장이다.
백화점에 즐비한 수입상품의 구입과 고급식당에서의 가족동반 외식에 익숙해진 계층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별천지의 일로 생각하는 계층이 또 한편에 있다. 전세값 상승을 포함한 물가급등은 물론,이 단층을 한층 더 깊게 한 것이 틀림없다.
전체 수입량보다 더 빨리 늘어난 소비재수입,식당ㆍ향락업소ㆍ고급레저산업의 급증은 이러한 소비구조 분화를 반영한 것이면서 동시에 이를 촉진시키는 역할도 해왔다.
일부계층의 과소비,특히 불로소득의 혐의가 짙은 계층의 호화생활이 저소득층과 근로자들의 사기저하와 불만의 심화를 초래,순조로운 경제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한 이상 이를 추방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개방경제의 필연적 소산으로 외국상품이 범람하면서 이제는 웬만한 수입물건을 쓰는 것쯤은 예사가 되기는 했지만 불과 몇년전 지도층 인사들이 걸려든 양담배 단속을 보고 박수를 보냈던 국민들 마음의 밑바탕이 오늘날 과연 크게 달라졌을 것인가를 한번 헤아려보아야 할 것이다.
소비구조의 분화에 따른 국민 위화감 해소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두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고소득층의 과소비를 막기 위해 특소세 부가와 같은 정책수단들을 개발하여 이를 꾸준히 시행하는 일이다. 최근 단행한 유흥업소의 영업시간 제한도 이런 취지에서 환영받을 만한 일이지만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동일한 정신에 입각한 다른 조치들을 계속 강구해나갈 것을 당부해둔다.
다른 하나는 서민층의 건전한 레저 및 소비생활의 질과 양을 넓혀주는 일이다. 이 분야에서 정부가 추진하기에 적합하고,또 필요한 사업은 폭발하는 레저수요중 서민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사업의 추진이다. 예컨대 민간골프장이 늘어날 때 이에 비례할 만한 서민용 대중위락시설도 정부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소비의 이중구조가 남아 있는 한 국민들 마음의 분화와 근로의욕의 저해현상을 치유할 길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함께 재음미해볼 만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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