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위한 대외문제 “매듭풀기”/「6개국 참여기구」 설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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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중립화주장 철회 가능성/주변국 안전 보장책에 초점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나토­바르샤바조약기구 가맹23개국 외무장관회담에서 13일 독일통일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동ㆍ서독과 미ㆍ소ㆍ영ㆍ프랑스 6개국으로 구성된 국제적 협의기구인 「통독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독일통일의 실현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서방측 언론에서 「2 플러스 4」방식 또는 「2단계 통일방안」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번 합의는 한마디로 독일통일에 있어 내적 문제는 양독이 해결하고 외적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이자 독일분단의 당사국이었던 4대 열강이 간여,「국제적 합의」 형태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같은 발상은 독일통일의 문제가 단순히 독일인들끼리의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11월9일 역사적인 베를린장벽 개방으로 가속화되기 시작한 독일통일문제는 독일인들 자신의 당초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조짐으로 빠르면 2∼3년내에,심지어 금년안으로 어떤 극적 결과가 나올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통독을 위한 내적 기반조성을 위한 양독의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13일 본에서 열린 양독정상회담은 양국간 통화단일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정치적 통일에 앞선 경제통일로 평가되는 이 조치는 이를 실시함으로써 양독이 안게될 무거운 「부담」,즉 동독은 사실상의 경제적 주권포기,서독은 엄청난 경제적 압박이라는 부담에도 불구,독일국민들에게는 통독이라는 역사적 당위를 실현하는데 있어 마땅히 치러야할 대가로 인식되고 있다.
소련은 그동안 『독일문제는 독일인들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표시하면서도 『독일통일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며,주변국들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독일통일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특히 금년들어 소련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고르바초프서기장은 모트로프 동독총리와의 회담에서 「통독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데 이어 지난 10일 콜서독총리와의 모스크바회담에서도 독일통일을 「무조건」 (콜총리의 말)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이같은 소련의 태도변화는 고르바초프의 이른바 신사고에 입각한 외교정책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지지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경제개혁 추진에 있어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소련의 서방측 최대의 경협파트너인 경제대국 서독에 대한 우호적 제스처인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동독의 자유총선에서 공산당의 패배가 지금으로선 거의 확실한 상태에서 독일문제에 대해 무언가 극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소련측은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하지만 소련의 입장에선 통일된 독일이 소련의 국가적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양보할수없는 절대명제가 있다.
「안전한 통일독일」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소련은 중립화안을 내놓고 있어 독일의 나토 잔류를 주장하는 서방측과 맞서고 있으나,이것마저도 『중립화가 유일한 안은 아니다』(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고 타협의 여지를 보이는등 극히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최근 통일독일이 계속 나토에 남되 구동독지역에 대한 나토의 군사활동은 제한한다는 겐셔서독외무장관의 소위 「겐셔안」을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는 안』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4대 전승국을 제외한 주변국들,즉 폴란드ㆍ체코등 과거 독일의 무력 침공을 받았던 나라들은 독일통일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면서도 통독회담에 자신들의 주장이 반영돼야한다는 입장이나 서독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6개국회의안은 20세기들어 두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인 독일의 통일은 『독일의 유럽 아닌 유럽의 독일』이라는 대전제하에서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합의로서 도출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다.
이번 오타와회담에서 「2+4」안에 합의하고 서독총리가 본에서 열린 양독총리회담에서 통화단일화에 원칙적 합의를 봄으로써 통독문제는 예상을 뒤엎고 훨씬 가속적으로 진행되고있는 감을 주고 있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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