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끈 生保상장 다시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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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부의 생명보험회사 상장방안 마련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13년여를 끌어온 생보사 상장은 다시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상장을 전제로 면제받아온 자산재평가세를 연말까지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세금 규모는 삼성생명 3천2백억원, 교보생명 2천2백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 감독정책 2국장은 17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차이를 이유로 자문위가 자문안을 내놓지 않기로 했고, 삼성.교보생명 측도 상장 의사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정부차원의 권고안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과 및 핵심쟁점=1990년을 전후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생보사 상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초기엔 증시 침체를 이유로, 90년대 후반엔 상장 차익(주식 시세차익 등)의 배분 문제에 따른 이견 때문에 상장 문제는 물밑에서만 거론되다가 지난 6월 금감위가 상장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재추진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생보사의 성장 과정에 기여한 계약자들에게 상장차익(주식 시세차익 등)을 배분해야 할지에 대한 업계와 시민단체들의 엇갈린 주장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상장 차익을 당연히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업계는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분배하는 것은 주주권익의 침해라는 입장이다.

◆각계 반응=이날 상장 권고안 무산에 대해 참여연대는 감독 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하며 "생보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막힌 데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감독 당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엄연히 주식회사인 생보사의 상장을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은 "자문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생보사가 주식회사라는 점이 명확해진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파장 및 전망=생보사 상장문제가 다시 무기한 표류할 상황이 되자 삼성.교보생명이 13여년 동안 유예받아 온 자산재평가세 납부문제가 대두됐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은 그동안 몇차례 개정되면서 올해 말까지 상장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이날 더 이상 납부 기한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가산세(연 14.6%)를 포함해 연내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삼성.교보생명은 정부가 상장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금 납부를 유예해줘야 한다며 행정소송 제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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