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임명한 판첸 라마 11년 만에 일시 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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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정부에 의해 옹립됐던 티베트 정치.종교의 2인자인 판첸 라마(사진)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 11년 만에 고향을 방문했다고 중국과 홍콩 언론이 3일 보도했다. 1995년 이후 베이징(北京)에서 생활해온 판첸 라마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티베트의 수도 라싸 북쪽에 위치한 나취(那曲)현의 고향 마을 라리를 찾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판첸 라마가 고향에 도착하자 많은 신도와 학생이 환영했고 3일간 4000명이 참가한 법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59년부터 중국의 탄압을 피해 인도 다름살라에서 망명 중인 티베트 최고 지도자인 14대 달라이 라마와 그를 따르는 티베트인은 중국이 임명한 판첸 라마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95년 5월 자신이 임명한 겐둔 초키 니마라는 여섯 살짜리 사내 아이를 10대 판첸 라마의 환생(還生)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불과 3일 후에 겐둔 초키 니마와 그의 가족이 행방불명됐고 중국은 "진짜 판첸 라마의 환생을 찾았다"며 걀첸 노부를 현재의 11대 판첸 라마로 임명했다.

중국이 자체 임명한 판첸 라마의 정통성을 알리기 위해 고향 방문을 이례적으로 허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중국은 4월 걀첸을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세계불교대회에 참석시켜 티베트 불교 지도자로 집중 부각하기도 했다.

중국은 망명 중인 고령(71세)의 달라이 라마가 입적할 경우 걀첸이 티베트의 최고 지도자로 한동안 군림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후 조정이 가능한 판첸 라마를 통해 티베트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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