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나물 요리 이것저것 넣어도 왜 친정엄마 손맛이 안 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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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요리만큼 손맛을 타는 음식이 또 있을까. 똑같은 재료로 만들었는데 내가 무친 나물은 식탁 위 천덕꾸러기가 되기 일쑤. 요리 고수의 나물 요리 기본기를 따라해 보자. 무르지도 짜지도 않은, 친정엄마의 나물요리 맛내기 비법을 알아봤다.

■무치는 나물

.손질하기=잎들이 뿌리에 어느 정도 달려 있는 상태로 다듬는다. 뿌리를 깨끗하게 다듬었는데도 줄기가 너무 억세고 잎이 무성하다면 큰 잎만 조금씩 떼어낸 뒤 뿌리 쪽을 세로로 길게 갈라 여러 개의 줄기처럼 만든다. 깨끗하게 다듬는답시고 뿌리를 가로로 잘라 잎들이 낱낱이 흩어지게 하면 나물을 삶았을 때 서로 뭉치는 감이 없다. 양념이 잘 배지 않는다.

.삶는 시간=팔팔 끓는 소금물에 나물을 넣자마자 불을 끈다. 물이 끓을 때 나물을 넣고 바로 불을 끈 다음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고루 익힌다. 그동안 나물은 충분히 푸른색으로 변한다. 이때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바로 찬물에 씻어줘야 나물이 무르지 않는다. 잎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것까지 확인한 뒤 건지면 늦다.

.나물 짜기=두세 번에 걸쳐 꽉 짠다. 손목 스냅을 이용해 양손을 동그랗게 말아쥐고 천천히 꾸욱꾸욱 눌러주며 두세 번 만에 짜기를 마친다. 약간의 수분이 남아 있으면서도 나물이 무르지 않는다. 물기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행주 짜듯 여러 번 꼭꼭 짜면 모양이 망가지고 심지어 퍼석한 상태가 된다.

.양념하기=나물 위에 양념을 하나씩 얹은 뒤 무친다. 삶은 나물 위에 각종 양념을 하나씩 순서대로 얹으면 양념의 양을 가늠하기 쉽다. 무치는 나물은 적당하게 간이 배면서도 아삭한 맛을 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무치기도 전에 절이듯이 양념해 버리면 오히려 맛이 덜하다.

.무치는 손 모양=맨손 끝을 사용해 나물을 털어가며 무친다. 손의 열이 양념들을 잘 섞어주는 역할을 한다. 손바닥이 아닌 손끝으로 나물을 쥐고 흔들듯이 살살 털면서 무쳐야 양념들이 뭉치지 않고 나물도 탱글탱글하다. 위생장갑을 끼고 무치면 양념들이 잘 섞이지 않아 맛이 덜하다.

■ 볶는 나물

.나물 불리기=찬물에 담가 가끔 물을 갈아준다. 찬물에 담근 채로 오래 두면 물이 미지근해지면서 나물의 쓴맛이 고인다. 이럴 땐 쌀뜨물을 사용하면 쓴맛을 쉽게 없앨 수 있다. 불리는 물은 몇 시간에 한 번씩 갈아주어야 나물이 야들야들해진다.

.나물 삶기=끓는 물에 삶은 뒤 그 물에 30분 정도 담가둔다. 말린 나물인 경우 쌀뜨물에 푹 삶는다. 취처럼 억센 나물일수록 오래 삶는 게 좋다. 삶은 뒤 불에서 내려 그 물에 30분 정도 더 담가둬야 나물이 부드러워지고 쓴맛이 없어진다.

.양념하기=양념을 따로 만들어 무친 뒤 볶는다.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 나물을 무친 뒤 볶아주므로 간이 알맞다. 볶는 나물의 경우 억센 잎이 많으므로 양념으로 조몰락조몰락 무쳐야 간도 잘 배고 잎이 부드럽다.

.볶기=넓고 깊은 프라이팬에 넣어 단숨에 볶는다. 넓은 프라이팬을 사용해 볶아야 나물이 고루 잘 익고 미리 간해 둔 양념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불 조절=재빨리 볶고 불을 끈 뒤 마무리한다. 들기름이나 올리브유 등을 두른 뒤 기름이 지글지글 올라올 만큼 센 불이 되면 나물을 붓고 재빨리 볶는다. 불을 줄이지 말고 완전히 끈 뒤 그릇에 담는다. 도라지 등을 볶을 때 물을 부어 은근히 끓여 볶는 것은 초보엔 더 어려운 일. 찬물에서 충분히 쓴맛을 우린 뒤 센 불에서 재빨리 볶는 게 더 쉽다.

정미경 레몬트리 기자

■ 배운 대로 한번 만들어 볼까요

#숙주나물 무침

.재료=숙주 250g, 소금 약간, 양념(다진 파.참기름 1큰술씩, 다진 마늘.통깨 1작은술씩, 소금 약간)

.만들기

①볼에 찬물을 3분의 2 이상 담고 숙주를 넣어 손으로 살살 흔들어 가며 씻는다. 위로 올라오는 깍지를 걷어내고 흐르는 물에 다시 한 번 깨끗이 씻어 건진 뒤 물기를 턴다.

②냄비에 물을 세 컵 정도 넣고 소금을 조금 넣어 끓이다 숙주를 넣는다. 숙주가 모두 잠긴 뒤 우르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젓가락으로 뒤집어 바로 찬물에 헹군다.

③체에 밭쳐 물기를 뺀 뒤 양손으로 감싸듯이 쥐고 지긋이 짜준다.

④볼에 ③의 숙주를 넣고 각종 양념을 그 위에 얹은 뒤 조몰락조몰락 손끝으로 털듯이 무친다. 통깨를 뿌린 뒤 그릇에 담아낸다.

#도라지 볶음

.재료=도라지 250g, 소금 약간, 송송 썬 실파 1큰술, 통깨.올리브유.들기름 1작은술씩, 양념(다진 마늘.들기름 1작은술씩, 소금 약간)

.만들기

①도라지는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쓴맛을 없앤다. 볼에 도라지를 담고 소금을 조금 뿌려서 바락바락 주물러 씻은 뒤 찬물에 여러 번 헹궈 물기를 턴다.

②도라지에 마늘과 들기름, 소금을 넣고 조몰락조몰락 무친다.

③팬에 올리브유와 들기름을 두르고 끓어오르면 무친 도라지를 넣고 중불에서 볶는다.

④볶는 중간에 간을 확인하고 송송 썬 실파와 통깨를 뿌린 뒤 버무려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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