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개혁위한 “위대한 도박”/소공산당 중앙위총회 무엇을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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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레닌주의 벗어나 “체제 물갈이”/고르바초프 당보다 대통령직 전념 예상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지난 5일 개막된 소련 공산당 중앙위가 7일 폐막된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소련 공산당 제28차 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이번 중앙위 총회는 당대회에서 채택될 새로운 강령(프로그라마)을 위한 기본대강(플라트포르마)을 마련하는 것이 그 소집 목적이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개막연설을 통해 중앙위가 채택할 기본 대강안으로 ▲헌법 제6조에 규정된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 포기 ▲다당제 도입에 따른 기타 정당의 창설 허용 ▲당 서기장직 폐지와 당 의장직 신설 ▲강력한 권한의 대통령제 도입 ▲제 28차 당대회의 6월말 또는 7월초 조기 개최 ▲인간적 민주적 사회주의의 추구등을 제시했다.
이중 가장 주요한 것은 지금까지 73년동안 지켜져온 공산당 1당독재 원칙의 포기라 할수 있다.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래 공산당은 소련 정치ㆍ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전위적ㆍ지도적 존재로서 그 어느 누구도 도전할수 없는 절대권위의 존재였다.
2천만명에 달하는 소련 공산당 당원은 소련 사회를 이끄는 기득권 세력으로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소련 사회에 있어 중핵적 존재로 군림해왔다.
고르바초프는 이와함께 소련 사회의 또하나의 근본원칙인 민주집중제를 「교조주의적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비판,이를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공산당 1당독재 원칙과 민주집중제는 레닌시대이래 지속돼온 소련의 기본원칙으로 고르바초프는 이제 소련혁명의 아버지 레닌의 유산마저도 수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총회를 통해 고르바초프는 종전같으면 「수정주의자」 「반레닌주의자」로 지목됐을 주장을 당의 새로운 강령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당의 위치ㆍ노선에 대한 급격한 변화에 대해선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고르바초프가 자신의 개혁정책에 소극적 지지,또는 방해해온 당을 약화시켜 앞으로 정치에 간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당으로부터 초연한 입장에 놓고 본격적인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볼수 있다.
이 경우 고르바초프는 현재의 국가원수인 최고회의 의장직을 명실상부한 대통령으로 바꿔 개혁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며,한편으론 당서기장직을 폐지,당의장직으로 대치하고 사실상 소련의 최고권력기구인 정치국을 폐지함으로써 당을 약화시킨 다음,당에서 손을 떼고 대통령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해석은 이번 고르바초프의 당 개편은 당을 「구제」하는 획기적 조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산당은 소련사회에서 인민들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는 존재였으나,그동안 계속돼온 관료주의적ㆍ특권적 무사안일과 부패로 생명력을 잃고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사상최초로 복수후보제에 입각한 인민대의원 선거에서 거물급 공산당 후보의 낙선이 속출,비록 단기적으로 동유럽에서 보는 공산당 몰락 현상이 소련에서도 재현되지는 않겠지만,장기적으로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고르바초프는 이번 총회개막을 얼마 앞두고 아직 보수파가 우세한 중앙위에 대해 소위 민초 민주주의에 의한 대규모 군중집회와 각종 미디어를 이용한 지지시위 전술,그리고 중앙위 총회에 「확대회의」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으로부터의 「초청객」 3백여명을 참석시키는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당내 보수파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같은 극적 전환은 고르바초프의 장기로 최근 경제개혁 부진ㆍ민족분규ㆍ동유럽권의 소련 이탈로 수세에 몰린 그가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그의 주특기를 멋지게 살린 것이다.
이같은 고르바초프의 공세에 대해 보수파들도 필사적 반항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공산당 1당독재 포기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배반하는 것이며 사회민주주의는 수정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혼란속에서도 『지금부터 진정한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된다』고 선언한 고르바초프가 시도하고 있는 「위대한 도박」은 지금으로선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정우량기자>
□소련 공산당 새정치 강령초안에 의한 주요 개혁
●현행

<1>당의 이념 : 사회주의,공산주의

<2>당의 역할 : 헌법제6조의 당의 「지도세력」,「정치제도,국가 및 사회조직의 핵규정

<3>정 당 제 : 1당독재

<4>권 력 : 권력집중

<5>지 도 자 : 서기장

<6>당 중앙위 : 약360인(정위원249인,후보위원108인)

<7>지도 기관 : 정치국

<8>경제 체제 : 계획경제

<9>소유 형태 : 국유,집단소유
●개혁안

<1>당의 이념 : 인간적 민주적 사회주의

<2>당의 역할 : 「집권당으로서의 지위」를 노리지만「법적우위」를 추구하지 않음

<3>정 당 제 : 복수정당제 부정않음

<4>권 력 : 당과 국가권력 분리

<5>지 도 자 : 의장,부의장 2인

<6>당 중앙위 : 200인

<7>지도 기관 : 정치집행위(의장단+각 공화국 대표)

<8>경제 체제 : 계획적 시장경제

<9>소유 형태 : 다양화(사적소유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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