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은 "비행첫걸음" |―효과적 금연교육과 강력한 단속으로 예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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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사회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본다. 특히 방학이나 졸업철이 되면 고입·대입등 시험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돼 흡연하는 것은 예사고 음주·폭행·절도, 심지어 강도짓까지 서슴지 않는등 탈선·비행이 연일 신문의 사회면을 채운다. 얼마전 고교생이 동거비 마련을 위해 강도짓 했다는 보도는 충격을 던져줬거니와 청소년비행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청소년 비행의 원인으로는 산업화에 따른 비인간화 경향의 증대, 건전한 가치관의 규범력 상실, 금기사항만을 강조하는 권위주의적 청소년지도, 성적위주평가로 좌절감을 강요하는 학교교육, 부모의 출세지향적 교육관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비행의 첫걸음은 흡연으로부터 시작된다.
흡연행위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반항심리라든가 모방심리에 편승, 순수하고 꿈많던 의식세계에 일대 전환점을 주게 마련이다. 즉 담배를 피움으로써 학생다움 보다는 어른스러움을 추구하게 되고 이같은 경향은 쉽사리 비행과, 심지어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진다고 볼수있다. 이것은 「프로이트의 일탈행동 심리」로도 설명된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흡연하다 적발돼 선생님에게 이끌려 5일 금연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을 관찰해보면 이들은 반성하기 보다는 운이 나빴다는 투로 반항하기 일쑤고 언행이 거칠며 흡연에 대해 일말의 쑥스러움이나 죄의식조차 느끼는 일이 드물다.
하기야 소년범중 흡연자가 92%를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또 고등학교 남학생중 70%이상이 흡연경험이 있으며 20%가 넘는 여학생들이 담배를 피워봤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날로 흡연인구는 늘어가고 최초 흡연연렴층도 낮아지고 있다.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폐해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정신적 악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반항·모방심리에서 맛들인 흡연행위는 대개 음성적으로 이루어져 호연지기와 같은 적극적 인생관보다는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성격을 조장할 수 있고 지나칠 경우 청소년들이 뚜렷한 동기도 없이 유혹을 이기지 못한채 범죄의 늪에 빠질 소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비행 예방은 철저한 금연교육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일상에서의 실천방안으로 부모나 교사를 비롯한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앞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며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행위도 자제돼야 함과 아울러 자판기를 없애고, 혐연권을 보장하는 광범한 조치가 수반되고 담배와 관련된 일체의 광고를 아예 금지하는것 등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금연운동이 확산되길 바란다.
권승주<서울위생병원 부설금연학교 청소년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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