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오픈 본선 5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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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형우와 배준희. 이름도 생소한 두 초단은 요즘 기쁨과 설렘, 그리고 긴장감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극적으로 출전권을 따낸 11회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본선이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계 32강이 겨루는 삼성화재배 본선은 5일 개막식을 치르고 6개월의 장정에 들어간다. 6일 32강전, 8일 16강전을 치른다.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 결전의 무대가 차려졌다.

김형우(18) 초단은 "어릴 때부터 이창호 9단을 존경했고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런 이창호 9단과 같은 무대에서 겨루게 되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요"라고 말한다. "생각만 해도 떨리고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8강을 목표로 삼았는데 사실은 한 판만 이겨도 영광이죠."

예선 결승에서 그는 중국의 왕시(王檄)를 꺾었다. 왕시 5단은 삼성화재배 예선전 직전에 벌어졌던 TV바둑 아시아 선수권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르고 우승했던 인물이다. 그러므로 김형우가 비록 프로경력 8개월에 불과한 신참이긴 해도 '8강 목표'는 오히려 소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배준희(19) 초단은 지난 통합예선전의 히어로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거의 막차로 프로행 열차를 탔다. 프로 입단자는 90% 이상이 한국기원 연구생들 사이에서 나온다.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만 18세를 넘기면 연구생을 떠나야 한다.

아슬아슬하게 프로의 관문을 통과한 배준희는 연수를 끝내고 올 5월부터 정식으로 대회에 나오기 시작했으니 경력이라 해봐야 불과 3개월이다. 하지만 삼성화재배 예선에 나선 배준희는 연구생 시절의 고통을 폭발시키듯 연전연승하더니 결승에서 중국의 강자 쿵제(孔杰) 7단을 격파하는 대이변을 연출해냈다. 그때의 일을 기분좋게 회상하며 배준희는 "운이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본선 무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의외로 담담한 심경입니다. 목표는 없습니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우선 첫판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뿐입니다."

이들 두 초단은 이번 본선무대의 난해한 존재다. 첫 출전인 만큼 너무 긴장하면 힘을 못 쓰겠지만 왕시나 쿵제를 꺾은 실력으로 어떤 사건을 벌일지 알 수 없다.

6일의 32강전(1회전)에 한국은 모두 17명이 출전한다.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조한승 9단, 박정상 9단,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 안달훈 7단, 고근태 5단, 윤준상 4단, 강동윤 5단, 김형우 초단, 배준희 초단이 그들이다. 시드를 받은 정상급과 예선을 통과한 신예들이 조화를 이룬 최강 전력이다.

중국은 뤄시허 (羅洗河) 9단, 창하오(常昊) 9단, 위빈(兪斌) 9단, 구리(古力) 9단, 저우허양(周鶴洋) 9단, 후야오위(胡耀宇) 8단, 왕야오(王堯) 6단, 천야오예(陳耀燁) 5단, 박문요(朴文堯) 5단 , 장웨이(張維) 5단, 판웨이징(范蔚菁) 초단 등 11명으로 역시 강자들이 대거 출전했다.

일본은 조치훈 9단, 기성 타이틀 보유자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 9단, 고노린(河野臨) 8단, 김수준 7단등 4명으로 크게 약세다. 김수준은 조치훈 9단의 수제자로 스승과 동반 출전한다.

지난해엔 중국의 뤄시허가 이창호 9단을 3대1로 꺾고 우승했다. 중국이 10년 만에 첫 우승을 따낸 것인데 이번 대회도 한.중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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