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처녀 나는 총각"…20쌍 포크댄스추며 "배필"찾기 |전국 농촌총각 결혼대책위 주선 제1회 도농처녀총각 「만남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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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술밥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자리는 농촌총각과 도시처녀들이 만나 투박하지만 속정깊은 보금자리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4일오전11시 서울역삼동 반도유스호스텔 1층홀.
벽에는 「흙속에 진리 있고 진리속에 행복 있다」는 격문이 여기저기 붙은 가운데 전국농촌총각 결혼대책위(위원장 강기갑)의 제1회 농촌총각과 도시처녀의 만남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날의 만남은 지난해 12월중순부터 결혼대책위가 접수한 농촌총각 2백여명과 도시처녀 50여명중 20쌍을 선발해 이뤄졌다.
만남의 첫 순서는 서울잠실 롯데월드관광, 오전11시 롯데월드로 출발하는 버스안은 처녀·총각들이 서로 떨어져 앉아 말한마디 주고받지 않는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속관을 관람하면서부터 농촌총각들은 신이났다.
『저게 뭔지 아는교. 가래라요. 가래로는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 아입니까.』
말문이 트인 농촌총각들은 열심히 농촌일을 설명했고 도시처녀들은 이것 저것을 물으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는 여러명이 쌍을 이뤄 소곤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순서는 함께 즐기는 오락프로그램. 자원봉사자인 YWCA레크리에이션강사의 사회로포크댄스가 시작되자 처녀·총각들은 서로 몸짓을 맞춰가며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계속 쫓아다니며 좋은 인상을 심어 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포크댄스를 추면서 잡아본 굳은 살이 박힌 억센손에서는 도시 총각들의 보드라운 손과는 다른 든든함을 느꼈습니다.』 TV를 보고 신청했다는 24세 회사원 처녀의 말.
오후5시30분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종이에 써서 사회자에게 전해줄 때는 모두 긴장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날 맺어진 쌍은 모두 세쌍.
사회자가 맺어진 쌍을 발표할 때 당사자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자신이 지목한 상대가 자신을 선택한 것이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맺어진 신진옥씨(34)와 박남서씨(24)쌍은 서로 자신이 없다면서도 손을 꼭잡고 마주보며 환히 웃었다.
그와 함께 맺어지지 못한 참석자들은 못내 아쉬운듯 사회자에게 다음 기회를 부탁했다.
『3일에도 강원도에서 한 농촌총각이 결혼못하는 것을 비관, 자살했습니다. 우리 결혼대책위는 농촌총각들의 끝없는 좌절의 행진을 막기위해 농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 이런 행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결혼대책위의 김기숙홍보부장은 『농촌을 부흥시켜 도시처녀들이 농촌으로 다시 모여들어 결혼대책위가 해체되는 날이 빨리 오기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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