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11년세월 꿈만 같아요" |특진 고김오랑 미망인 백영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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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2·12사태로 희생된지 11년만에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남편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져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79년 12·12사태당시 숨진 정병주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이던 김오랑소령의 미망인 백영옥씨 (42·부산시영선동1가21)는 1일오후 남편이 정부로부터 1계급 특진 육군중령으로 추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11년만에 푼 한을 조용히 삭이고 있었다.
백씨는 『79년12월12일 남편이 갑작스레 숨진 충격 때문에 실명, 부산 불교 자비원을 개설해 외롭고 소외되어 불우한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온 11년이 너무나 지루하고 고통스럽기만 했었다』고 했다.
『남편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희생되었는데도 정당한 보상은 물론 순직처리되지도 못한 채 5공시절동안 반역사적 인물로 평가되어 온 것 때문에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넘도록 남모르게 한을 품어온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오랑소령은 12·12사태당시 특전사령관실에서 문을 잠근채 정사령관을 체포하러 온 병력들과 대치하다 12월13일0시20분쯤 이들이 쏜 총탄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백씨는 그동안 여러차례 삶을 마감해야 겠다고 자살을 생각하다가도 남편과 자신의 한을 풀고 말겠다는 강한 집념으로 지난해 10월 남편의 명예회복과 사건의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김오랑소령에 대한 1계급 특진서훈 및 보상」을 요구하는 청원을 국회에 내고 반가운 소식을 기대하고 있던중 1일 1계급특진추서 소식을 전해들었다.
백씨는 『그렇지 않아도 1주일전부터 꿈자리에서 남편의 얼굴이 자주 떠오르고, 지난해11월 미국으로 이주해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정병주사령관의 미망인이 나타나 빙긋이 웃는 꿈을 꾸어 반가운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꿈만이 아니었다』고 11년만에 활짝 웃었다.
백씨는 『지금도 늦지 않기 때문에 12·12사태와 남편의 죽음에 대한 정당성 여부가 국민적 심판을 받아 반드시 역사적으로 재평가 되어야만 된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통보가 오는대로 반가운 소식을 동작동국립묘지에 잠든 남편에게 알려주고 육군소령으로 되어 있는 묘비의 계급을 육군중령으로 바꾸어 11년동안의 한을 마감하고 더욱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했다. <부산=조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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