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출신 아이스하키선수 북미리그서“맹활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작년부터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소련출신 아이스하키선수들이 북미프로리그 (NHL) 에서 맹활약, 소련아이스하키의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현재 NHL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련선수는 모두8명.
이들은 대부분 국가대표출신의 베테랑으로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 이후 각 스포츠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격감하자 활로를 찾아 속속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프로팀으로 건너오고 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성공적으로 활약중인 선수가 퀘벡의 노르딕스팀의 GK 밀니코프 (31) 믿을만한 GK부재로 지난 시즌 최악의 기록을 냈던 노르딕스팀은 소련대표출신 밀니코프가 듬직한 체구와 뛰어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안정된 수비를 펄쳐 실점을 대폭 줄이자 올 시즌 현재 일약 중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소련 국가대표 윙출신인 프리아킨(25)과 마카로프(31)도 엄청난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캘거리 플레임스의 공격라인을 주도하고 있으며 역시 대표윙출신인 크루토프(29)와 플레이메이커 이고르라리노프(28)는 커넉스팀에 큰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그러나 NHL전문가들이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는 올해 2O세의 신예 모길니.대부분의 소련출신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역임한 2O대후반이나 3O대전반의 선수들인 반면 모길니는 국가대표에 발탁된 작년 당국 몰래 미국에 망명한 예비스타.
지금의 연령이나 기량을 감안할 때 앞으로 2∼3년의 적응기만 거치면 NHL 최고의 스타인 캐나다출신 웨인 그레츠키에 못지 않은 대 선수가 되리라는게 아이스하키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작년5월 스톡홀룸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미국으로 탈출, 버펄로 사브르팀에 스카우트된 모길니는 소련하키당국의 아파트제공약속 위반과 연중11개월이나 되는 장기합숙훈련에 염증을 느껴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소련출신선수들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의 진출로 출장 및 취업기회가 줄어든 선수들이 보이지 않게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일부 팬들의 냉전주의적 반소감정도 이들에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또 경기수가 소련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1주 3∼4게임씩의 강행군인데다 경기내용도 소련의 국내경기보다 훨씬 거칠어 항상 부상위험이 따른다.
게다가 식사·언어·생활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때로는 좌절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일부선수는 향수를 달래기 위해 폭음을 일삼다 구단에서 경고를 받는가 하면 갑자기 생긴거액의 연봉 (대개 30만 달러정도)으로 쾌속정을 구입하는 등 분수에 넘친 향락에 빠졌다가 눈종을 받은 선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련선수들은 몸에 밴 근검정신에다 착실한 훈련으로 다른 선수의 모범이 되고 있다.

<김기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