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간주 수재죄 적용/구속PD 공소유지 가능한가(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PD의 「고유권한」 항변에 법원판단 주목/단순 사례수준 넘어 정기상납 해당/방송 출연과 직결… 공소유지에 자신
구속된 방송 연예프로 담당PD 6명은 과연 무슨 죄로 얼마나 처벌되고 돈을 준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방송 연예가에 공공연한 비밀이던 PD와 가수간의 금품수수가 도마위에 오른 이 사건이 어떠한 공소유지를 거쳐 사법부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을 끌고있다.
검찰은 PD와 가수간의 금품수수가 통상의 「사례비」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돈을 받은 PD들에게 형법상 배임수재죄를,돈을 준 가수들의 매니저들에게는 배임증재죄를 각각 적용했다. 따라서 검찰은 PD가 가수의 청탁을 받은 사실뿐 아니라 그 청탁이 「부정」했다는 사실까지를 입증해야하는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배임수재=형법 3백57조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조 2항은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이하 징역이나 1백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결국 이 조항은 임무의 성실성을 법으로 뒷받침하는 장치로 볼수있다.
「타인」이란 자연인과 법인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 사건의 경우 KBS·MBC 등 방송국에 해당한다. 따라서 방송국의 쇼·가요프로 제작 등 연예업무(임무)를 담당하는 PD가 TV에 출연시켜 달라거나 노래를 방송해 달라는 매니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것은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보고있다.
부정한 청탁이란 사회상규 또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행위의 의뢰를 의미한다는게 일반적인 법해석이다.
◇PD의 배임=이러한 기준에 의해 검찰은 이번에 조사받은 PD 16명 가운데 받은 돈이 5천4백만∼1천5백만원으로 통상적이거나 의례적으로 오가는 수준을 넘은 6명을 구속하고 금품수수 액수가 비교적 적은 10명은 불구속입건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가에서는 관행화된 「사례비」를 이유로 구속 등 무거운 형사처벌로 다스리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구속자들이 1회성 단순사례를 벗어나 정기적인 상납을 받으며 이 대가로 TV 등에 출연시키는 등 수법이 용납될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즉 가요 순위조작 등 딱떨어지는 부정은 없었지만,이들의 수재행위와 해당 가수들의 방송출연 및 노래방송이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어 부정한 청탁이 명백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수가 청탁이나 묵계가 없이 자신의 곡이 TV나 라디오에 나간 뒤 담당자를 찾아가 「인사」한다면 이는 배임수재가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해석이어서,출연 또는 방송과 금품수수의 선후를 가린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같다.
◇수재와 수뢰=배임수재죄는 흔히 공무원의 수뢰죄와 비교된다. 재물을 받은 주체가 공무원이면 수뢰죄가 성립하고 공무원이 아닌 경우는 배임수재가 이루어지게 된다.
다만 공무원 수뢰는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으면 처벌받도록 포괄적으로 규정됐으나 배임수재는 「부정한 청탁」이 전제돼야 하기때문에 비교적 좁게 해석된다.
◇공소유지=검찰은 이들의 관행적인 금품수수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구속자들은 방송출연조건에 돈이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등 죄질이 나빠 공소유지에 자신하고 있다.
MBC 신승호PD는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프로를 맡았을때 주모·김모·이모·태모씨 등이 거의 고정출연했는데 수사결과 이들은 모두 높은 사례비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범죄사실이 PD들의 자백에 따라 해당가수 매니저들을 불러 일일이 확인한 만큼 유죄 입증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판례=「신문사의 지국장이 취재기사를 본사에 송고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묵인사례비조로 금원을 교부받은 행위는 배임수재에 해당한다」는 70년 9월의 대법원 판례도 이번 사건과 같은 유형이라는 것이 검찰의 견해다.
이밖에 75년 이번과 유사한 범죄로 구속된 PD들도 벌금형 등 유죄를 선고 받은 사실을 검찰은 들고있다.
그러나 공판과정에서 PD들이 가수 출연이나 곡 선별권은 자신들의 고유 권한인데다 금품수수 여부에 관계없이 방송할만한 가수 및 노래를 선택했다고 항변할 것으로 보여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김석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