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 돈벼락에 盧캠프 이성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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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유종필(柳鍾珌)대변인이 16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과 참모들을 겨냥, "이들이 대선에서 이긴 뒤 밀려온 권력의 파도와 돈벼락에 이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柳대변인은 지난해 민주당 후보경선 때 공보특보로 일하는 등 盧대통령 캠프에서 활약했었다.

柳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 직후인 12월 말은 盧캠프가 돈벼락을 맞았던 시기"라며 "盧대통령 측근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밀려드는 후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도가 몰아치면 입을 다물어도 짠물이 몇방울씩 들어오게 마련인데 당시엔 모두가 정신없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고 했다. "마치 이참에 못먹으면 안되는 것처럼 달려들더라"고도 했다. 이는 盧대통령 측근들의 추가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柳대변인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부산 출신 측근들을 겨냥해 "대선 전후로 盧대통령이 졸업한 부산상고 동문 출신인 중소기업인과 대기업 임원들이 盧대통령에게 줄을 대느라 혈안이 됐었다"며 "부산 출신 참모들이 완전히 말아먹는다는 얘기가 진작부터 나온 것은 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의 기업인들은 盧대통령과 연결하려면 누구에게 접근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내게도 盧대통령과의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제안이 수차 들어왔지만 피했다"고도 했다.

그는 "(노무현 캠프 내에서)부산 사람들이 설쳤으므로 나는 돈 문제를 몰랐다"면서 "나는 활동비로 월 1백만원을 받았는데 자기들은 돈을 마구 쓰더라"고 말했다. "나는 DJ 정권에 참여해봐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어 조심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柳대변인은 盧대통령의 386 측근들에 대해선 "노는 품새가 걱정되는데 결국은 여권 내부의 물갈이론에 밀려 모두 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때 盧대통령의 '입'노릇을 했던 柳대변인이 지금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데 대해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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