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주장,저런하소연] 사교육비 무서워 특성화고 보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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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눈만 뜨면 아이들이 아기새처럼 돈을 달라고 입을 벌리네요. 학원비, 교통비, 간식비…."

평범한 샐러리맨인 남편, 시부모, 그리고 3남매를 둔 평범한 대한민국 주부인 내가 제일 무서운 건 사교육비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나름대로 용을 써보지만 세 아이 교육과 일곱 식구의 살림살이가 만만치 않다.

인문계 고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둔 친구가 "두 명 과외 시키는데 방학 때는 한 달에 600만원이 든다"는 경고를 보냈기 때문일까. 나는 위의 아이 두 명을 실업계에서 전환한 특성화고에 보냈다. 공부를 곧잘 하던 둘째 애가 한국과학영재고 진학 실패로 의기소침하던 중 마지막으로 택한 학교는 특성화고인 선린인터넷고등학교. 남편은 너무 일찍 아이를 IT쪽으로 방향을 틀어놓은 것 아니냐며 마뜩찮아 했지만, 나는 아이의 장래보다 일반고에 갔을 경우 부담해야 할 사교육비를 속으로 계산하고 있던 중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마감일에 원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아이는 수석으로 입학해 장학금과 일본 연수 혜택 등을 누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학교생활도 좋아하며 스스로 자긍심도 커진 모양이다. 그러나 한 학기를 마친 지금 과연 특성화고에 들어와서 이 아이가 노력하는 만큼 제대로 앞길을 잘 찾아갈지는 여전히 걱정거리다.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실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소수 전공제와 같은 형식을 마련해, 대학에서도 전공을 연계해 창의력있고 세분화된 전문 IT 인력을 키워줬으면 한다.

지난해 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아칸소.애리조나 등 주립대 유학을 간 선린인터넷고 선배들은 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실업계 고등학생들은 획일적인 동일계 진학보다 어느 정도 폭넓은 동일계 진학을 허용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탄탄한 IT 실력으로 연계된 다른 학문을 공부할 기회를 준다면 더 유능한 인재를 창출할 듯싶다. 컴퓨터 기반이 탄탄한 아이는 생명공학, 경영 등 타 전공에 있어서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IT 분야다.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쥐고 발전하는 유일한 분야이기도 하다. 좀 더 국가 위상을 높이기 위해 IT 분야에서 인재가 되고자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기울인 노력만큼, 교사들이 인재 양성에 쏟은 열정만큼 이제는 국가에서 뭔가 역할을 해 줄 차례라고 생각한다.

백명숙 (44.주부.서울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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