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만한 사람 「겸직제한」에 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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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해 12월30일 개정 공포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정수 및 의회구성시기 등에 관한 조항을 삭제, 올해 2월 국회로 그 처리를 넘겼다.
따라서 의원선거 형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선거구제가 아직은 미정인 상태다.
다만 구랍19일 여야가 합의한 바에 따르면 일단 선거구는 중선거구로 하되 기초단위를 시·군·구로 하고 주민수 2만명 이하의 읍·면·동은 의원수를 1명으로 한다는 소선거구와 중선거구의 절충형태를 취해 구미국가들이 지방 의원수 10명 이내의「소 의회」인 반면 우리는 20명 내외의「대 의회」를 구성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전국 시·군·구 의원 수는 모두 대략 3천3백60여명 선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자치법 상 지방의원 선거에는 그 지역에 90일 이상 거주한 주민으로 만25세 이상이면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다.
단 ▲국회의원 및 다른 지방의회의원 ▲선관위 위원 및 교육위 위원 ▲국가 및 지방공무원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지방공사 및 공단 임직원 ▲농·수·축협 임직원과 농지개량조합·산림조합·연초 및 인삼협동조합 임직원 ▲언론인·교원 등은 그 자격이 제한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방자치법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양대 조창현 교수는 자격조건 가운데 농·수·축협 임직원들의 겸직제한 규정은 비록 참된 지방자치 구현에 그 목적이 있다 할지라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참정권·평등권의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서독 등의 경우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교사·단체임원, 심지어 공무원까지 (해당지역 지방공무원이 아닌 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지방의회가 오후7시 이후에 열리므로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또한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여서 겸직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법 가운데 주민소환제도를 결여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단 선출된 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은 비록 주민의 심각한 불만이 있더라도 임기만료 때까지 존재한다는 현 제도는 자칫 편의· 권위주의로 흐를 소지를 지녔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선거를 공명하게 치르느냐다.
조교수는 지방의원 선거는 선관위에서 관리한다는 규정 외에 세부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지만「선거공영제」의 도입이 절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3월9일 경북 예천군 유천 단위농협조합장 선거를 시작으로 실시된 전국 1천4백33개 농협 단협장 선거는 비슷한 유형으로 치러질 지방의원선거의 앞날을 예측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20일 충북 중원군 앙성단협의 경우 조합원 1천1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으나 농협 법이 금지한 호별방문을 비롯, 마을친목계·대동계를 찾아 5만∼10만원씩의 성금을 조달하는 등 불법·타락으로 얼룩졌다.
후보들은 명예직에 불과한 조합장 당선을 위해 2천만∼3천만 원씩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측은 언제 실시될지도 모를 지방의원선거가 벌써부터 과열조짐이 있다고 판단, 출마희망자들이 설날을 앞두고 인사장 돌리기 등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하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
내무부의 지자제실시 기획단 조해령 단장도『30년만에 치러지는 지자제 선거가 동해시 또는 영등포 을구 선거 때처럼 탈법과 불법이 난무한 과열선거 양상을 띤다면 참된 지방자치의 정착은 요원하게될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지방자치선거는 2000년대 우리사회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라고 말한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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