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말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고구려 벽화 군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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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해는 말의 해인 경오년. 우리 나라 회화사에 나타난 말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살펴본 미술사학자 이원복씨 (국립청주박물관장)의 논문「한국말그림 1500년」이 미술전문지 『가나아트』최근호에 발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 나라 현존 자료가운데 가장 오래된 말 그림은 서기367년에 축조된 황해도의 고구려시대 안악3호 고분의 군마도 벽화. 말의 행렬·마굿간 등을 묵선으로 윤곽을 그리고 채색을 한 것으로 상당히 세련된 필치를 보이고 있다.
신라에서도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칠기조각이나 토기파편, 천마총에서 출토된 자작나무 조각에서 뛰어난 말 그림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엔 말기에 활동한 이제현(1287∼1367)의 『기마도강도』등이나 공민왕(1330∼1374)의『출렵도』등 몇 폭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조전기에는 전래된 말 그림이 매우 희귀해 실상을 알기 힘들지만 조선조중기에 들어서는 이경윤·이 징·김 식 등 문인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격조 있고 섬세한 필치와 말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조선조후기에 들어 말 그림을 유달리 즐겨 그리고 또 수작을 많이 남긴 화가 윤두서(1668∼1715)가 등장한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인물의 등장 없이 말만을 주인공으로 한 본격적인 말 그림을 그렸다.
그는 여덟 필의 말과 소를 긴 두루마리에 그린『우마도권』이나 뛰어오르는 말의 기상을 담은『추풍오』, 버드나무아래 쉬고있는 말의 조용한 움직임을 묘사한『유하백마』등 걸작을 남겼다.
김홍도도『마상청앵』등 명품을 남겼고 조선조 말기의 장승업(1843∼1897)은『군마도』『세마』등 무르익은 필치로 말의 힘찬 모습을 묘사했다.
금세기에 접어들면서 말을 그린 명품을 대하기 힘들어 졌는데 이는 물론 시대적인 변화에도 원인이 있으나 말 그림은 워낙 화가의 기량을 요구하는 소재인 만큼 작가들의 필력 부족을 한 요인으로 손꼽을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서는 운보 김기창의 대작『군마』등 호쾌한 말 그림이 주목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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