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도체제로 3당균형 유지(거대신당: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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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대통령 위상 놓고 의견 엇갈려/지분에 집착 땐 갈등 부를 듯
가칭 민주자유당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된다.
당명에 반영된 것처럼 창당의 명분이나 당운영방식까지 철저히 일본의 자유민주당을 모방할 모양이다.
그러나 당내 세력분포에 의한 자연스런 경쟁을 하기엔 통합 자체가 인위적인 만큼 아직 이르며 어차피 협상을 통한 나눠먹기가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단 첫 전당대회 때까지는 1노2김이 공동대표로 당을 운영한다.
22일 청와대회담에서 노태우대통령은 5인 공동대표제를,김영삼민주당총재는 3인 공동대표제를,김종필공화당총재는 노대통령이 총재,김영삼총재가 대표최고위원을 맡는 5인 최고위원제를 각기 주장했다.
결국 3인 공동대표제를 잠정 채택한 것은 아직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3당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정당으로서는 집권당으로서 간판을 철거하는 데 대한 당내 반발등을 의식,최소한 최고당직을 맡을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외부인사 영입등 다른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3인이 동등한 자격으로 협의하자는 김영삼총재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5월말 늦어도 6개월 이내에 열릴 창당대회에서는 총재직을 노대통령이 맡거나 아니면 대표최고위원을 맡아 당을 실질적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최고위원은 김영삼ㆍ김종필총재와 박태준민정당대표위원과 외부영입인사 2명 등 5∼6명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민주ㆍ공화당의 생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당초 3당 실무자들이 합의한 것은 △총재 노대통령 △대표최고위원 김영삼안이었다. 이에 대해 민정당내에서 이견을 제시한 것은 총재의 위상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 노대통령은 당적을 떠나야 한다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이라든가,김종필총재가 김영삼총재를 대표최고위원으로 하겠다는 것은 노대통령의 지위를 격상시켜 당무에 간여치 않도록 하자는 속셈이다.
이 점에 대해 노대통령의 핵우산을 필요로 하는 민정당의 노대통령 직계들로서는 상당히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신당창당 과정에서 지도체제의 문제야말로 1노2김과 3당계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앞으로 집단지도체제에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도 지도체제의 향방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호남대책으로 이 지역출신 인사들의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김상협전총리,구공화당사무총장 출신의 신형식전건설장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학계ㆍ여성계의 영입설도 있다. 그러나 지도체제내의 세력균형을 감안한 무색무취의 인사들이 기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당기간 3계파간의 정립이 예상되며 영입 호남인사를 중심으로 한 호남계보도 육성,호남고립화라는 인상을 씻으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민정당과 민주당내 파벌들의 독자계보 선언이 잇따를 전망이며 이 계파들의 합종연형에 의해 자연스럽게 당지도체제가 형성되고 내각구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계보정치의 활성화를 위해선 아직 대통령중심제의 과도기를 넘겨야 하고 계보보스의 정치자금 조성및 배분을 위한 정치자금법상 한계 등 아직 몇가지 장애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 정치자금법은 개인별ㆍ지구당별ㆍ도당별ㆍ중앙당별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어서 계보운영을 위한 자금조성을 불법화하고 있어 자칫하면 음성적 정치자금이 많아질 우려도 있다.
또 민자당이 거대 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이상 내각제를 실시해 1구 3∼5인의 중선거구제를 채택하더라도 복수공천은 불가피하며 결국 지구당개념은 사라질 것 같다.
계보별 사무실,즉 후보마다 후원회를 구성해 병존하며 민자당후보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구당대의원으로 구성된 전당대회 형식이 아니라 현역의원중심주의,즉 의원총회가 최고의결기관으로 될 것 같다.
거대 여당의 형성은 각종 법안을 심의할 때 국회내에서 여야간의 의견절충보다 당내 계보간 의견절충이 큰 비중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중앙당 차원의 정책기구는 계파간 의견의 조정기능을 하게 되고 계보별로 별도의 정책연구기관을 운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당직은 계파별로 분배하겠지만 계보사무실의 활성화는 상대적으로 사무처의 기능을 약화시킬지 모른다.
이런 철저한 나눠먹기식 당직분배는 여대에 따라 국회직도 독식,여기에도 적용되게 되는데 합당 초기부터 지분문제는 가장 첨예한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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