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 KT배 왕위전' 이영구, 최후의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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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0기 KT배 왕위전'

<도전 5번기 제3국>
○. 왕 위 이창호 9단 ●. 도전자 이영구 5단

제8보(97~110)=검토실에선 "중앙을 막으면 크다. 백의 필승이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건만 이창호 9단은 중앙을 외면하고 백?의 바닥으로 갔다. 서봉수 9단이 혀를 찬다. 중앙은 부도가 날 수 있지만 귀는 확실하다. 백△는 그런 뜻인가.

생각하면 묘한 바둑이다. 초반엔 흑이 사귀생을 하고 백이 중앙을 에워싸는 그런 바둑이었는데 이제 와선 백이 밑바닥을 긴다. 사실은 단순했다. 이창호 9단은 단지 백?가 중앙보다 크기 때문에 이 수를 선택했다. '참고도' 백1-5까지 중앙을 막으면 흑2, 4를 선수당한다. 이런 식으로 깎이는 것보다 귀를 파고드는 것이 이득이라 본 것이다.

97의 돌파는 기세이고 98로 파고든 것도 기세. 99와 100도 각각 제 갈 길을 간 것. 그런데 110의 시점에서 계산하니 이곳 흑집은 백 두 점을 잡았음에도 10집이 채 안 되는 것 아닌가. 대신 2선으로 빙 돌아간 백집이 쏠쏠해 결과적으로 우상귀 흑집은 제로가 되고 말았다.

제8-1보(111~121)=좌상의 임자가 바뀌면서 우열이 확연해졌다. 흑집은 우상 10집, 우하 10집, 좌하 18집, 좌상 10집, 중앙 5집으로 전부 53집. 백은 하변 25집, 좌변 10집, 우상 15집, 상변 2집으로 52집. 덤 없이 반면으로 비슷한 상황이 된 것이다. 늘어날 집도 백 쪽이 많아 이대로 가면 반면으로도 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115의 절단은 최후의 승부수. 참고 참았던 이영구 5단이 드디어 한 맺힌 칼을 뽑았다. 백은 차단당하면 살 길이 없다. 120으로 두자 121로 힘차게 뻗었는데 백의 타개 수단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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