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한 가장 일가족 동반자살」에 충격|생명을 너무 가볍게 버리는 것도 범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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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정훈<충북 청주 시냬덕 2동 407의12>
어떤 경우에서건 스스로죽음을 택한다는 것은 극한상황이 아니고는 결행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그만큼 딱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풍속도 속에는 이러한 죽음이 너무도 쉽게 벌어져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많다.
생명을 결코 가벼이 여기는 풍조는 아닐진대 빌린 돈을 사기 당한 뒤 갚을 길이 없게된 한 가장이 처자식과 다섯 가족 동반 자살한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 10일자(일부지방 11일자) 사회면을 접하고는 씁쓸한 마음을 쓸어낼 길 없었다.
일가족 동반자살의 책임이 1차 적으로 어렵게 마련한 주택구입 자금을 사기 쳐 앗아간 자에게 있다지만 그렇다고 어떻게든 역경을 헤쳐나갈 궁리는 하지 못하고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아예 철없이 포기한 동반자살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쯤 되면 자살도 범죄나 다름없는 것이다.
자식이 낙방했다 해서, 양어머니가 구속됐다 해서, 농촌총각이라 파혼 당했다고 해서, 빚 갚을 능력이 없다고 목숨을 끊어 버리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 확산된다면 이 사회는 최소한의 활기조차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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