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송혜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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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송혜교'- 김윤식(1947~ )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신라 진평왕.

달 그늘에 숨어 밤마다 궐 밖으로 나가던 셋째 딸,

그 눈시울.

웃는 사진을 오려놓고 깊어 가는 가을을 보낸다.

노을처럼 아름답게 조금 더 죄 짓는 계절.

그래야 할까 보다.

서늘한 물 한 그릇.


우리 할머니 "인간 화초가 제일이다"하시던 옛말 생각난다. 텔레비전 보면 예쁜 사람 많다. 내면이 중하다고는 해도 예쁜 건 할 수 없어서 조금 더 죄 짓는 것, 너무 따지지 말자. 내면에 송혜교가 가득 차면 그 또한 얼마나 선한 일인가. 근데 송혜교가 누구지? 국화과라니 그 향기나 짐작할 뿐. 우리 때 오려 가지고 다니던 사람은 올리비아 핫세, 진추하, 브룩 실즈, 소피 마르소… 그 청춘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소수림왕 다섯째 아들쯤 되어서 달 커 오면 월장해 주막 거리 헤매고 싶다. 그러면 만나볼 수 있으려나? 하하하.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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