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팬 우롱한 기아-중앙대 추태|「수비없는 농구」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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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구=전종구 기자】「수비없는 농구」경기가 14일 대구경기에서 펼쳐져 농구대잔치코트에 찬물을 끼얹었다.
8천여 대관중이 스탠드에 운집한 가운데 대구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89농구대잔치 2차대회 6일깨 남자부B조 경기에서 호화멤버의 기아산업과 대학강호 중앙대의 경기는「형님먼저 아우먼저」식의 시종 무기력한 졸전으로 일관, 가뜩이나 한 수위의 농구경기를 기대했던 팬들로부터 심한 야유와 함께 빈축을 샀다.
이날 양팀은 경기 전과정을 통해 단 한차례도 적극적인 수비를 펴지 않고 상대공격을 방관하는 플레이를 펼친 끝에 기아산업이 1백23-91로 이겼다.
기아산업은 선수15명중 중앙대출신이 8명이나 되는 데다 주전5명중 4명이 중앙대출신이어서 흔히「중앙대OB」팀으로 불려온 팀. 양팀 스타팅멤버 10명중 유독 정덕화(정덕화·연세대졸) 1명을 빼고는 전원 대학선·후배사이.
이 때문인지 플레이도 초반부터 수비 없는 농구로 일관, 공격은 거의 1백%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반면 파울 수에서는 기아가 9개, 중앙대가 12개에 불과. 파울9개는 농구대잔치사상 팀 최소파울 타이기록이다.
외형상 이날경기는 후반중반까지 동점과 역전이 반복되고 중앙대가 전반을 49-46으로 앞서는등 접전의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작전 타임은 전반 한차례 기아가 요청했을 뿐 양팀 벤치는 팔장만 낀 채 방관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중앙대는 81-69로 뒤지던 후반 9분쯤 국가대표 가드인 강동희(강동희)와 슈터 장일(장일)을 빼낸 채 2진을 내세우는등 경기를 사보타주하는 자세가 역력했다.
형님격의 기아도 이에 뒤질세라 허재 (허재)등 주전4명을 모두 벤치로 불러들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한 관객은『모처럼의 지방경기에 최고스타플레이어와 최강팀들의 경기를 보러 모여든 대관중 앞에서 이 무슨 행패입니까. 한국농구를 농구인들 스스로가 망치는군요. 농구인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대회를 만들어 개최하는가요』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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