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민정… 거듭나기 안간힘/김진국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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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이 15일로 창당 9주년을 맞았다. 민정당에 있어 80년대의 기억들은 착잡한 것이었다.
민정당은 정권출범 초기의 광주사태때문에 80년대 내내 악몽에 시달렸고,정권찬탈의 비정통성을 합리화시키느라 여러가지 무리한 일들도 저질렀다.
또 스스로 항복선언이라고 이름붙인 6ㆍ29선언을 하고 지난 2년간 5공청산의 지루한 시달림을 감수해야 했다.
이제 민정당은 이러한 과거를 털어버리고 어느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90년대 첫 창당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에 없이 창당초기 멤버들을 모두 초청하는등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에서 산산조각나 있는 당을 수습,정권재창출을 위한 봉합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민정당이 정말 재창당의 심정으로 재건을 한다면 옛날 동지들을 다시 규합해 재집권을 노리는 것도 현실로서 중요하지만 당으로서의 존립 가치를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일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대 정당의 속성에는 권력 지향성과 정책 지향성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정책지향적 성격만 있다면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권력지향적 성격만 가질 경우 도당으로 전락하고 만다. 민정당은 가장 권력지향적 정당이었다. 정권의 장악에 필요한 부수물로 만들어졌고 때문에 그 구성원들도 정권유착적이었다. 권력이 독재적이었던 5공시절 민정당이 그런대로 결속했다가 이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민정당내 권력구조가 왕조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공들어서도 그런 유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운운하는 당직자나,청와대지향성 해바라기들로는 당의 뿌리가 국민속으로 뻗어나갈 수 없다.
권력이 현실이긴 하다. 그러나 민정당이 국민속에 뿌리내리는 정당이 되려면 당내 민주화부터 되어야 한다.
정계개편 바람이 거세질 90년대에 민정당이 보다 절실하고 뼈아픈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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