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짜리 1억에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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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의사 박모(43)씨는 올 4월 한 인터넷 수입차 판매 사이트에서 고급 외제차를 싸게 판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외국에서 자동차 매장 시승용으로 쓰던 차를 국내에 들여와 싸게 판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외제차 수입업체 R사 대표인 독일인 H씨(52), 한국계 영국인 조모(51.여)씨와 만나 시승용으로 750㎞를 달린 벤츠 S350 차량을 소개받고 이를 8000여만원에 구입했다. S350의 신차 가격은 1억3000만~1억6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차를 몬 지 두 달 만에 계기판에 고장이 생겨 수리업소에 맡겼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차를 고친 수리공이 "차량 전체가 새로 도색돼 있고 많이 주행한 흔적이 있다"고 말해준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독일의 지인에게 차대번호를 전해주고 출고 시기를 알아봤다. 그 결과 문제의 차는 출고된 지 2년도 넘었으며 이미 독일에서 3만5000㎞나 주행한 상태였다.

이를 신고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중고 수입자동차를 불법 개조하고 주행거리를 속여 비싸게 판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H씨와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H씨 등은 올 3월 독일에서 5700만원을 주고 사온 2005년식 벤츠 S500을 주행거리 1000㎞ 정도의 매장 전시용 차량이라고 속여 1억600만원에 파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17대의 차량을 팔아 16억4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확인된 17개 외에 H씨 등이 모두 100여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는 장부를 확보,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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