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줄고 실직 늘었다/「유흥업소 심야영업 제한」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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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폭력ㆍ음주운전 줄어 시민 환영/술집 종사자ㆍ택시 수입 격감 울상/폭력조직 마약등에 손 뻗칠 우려
유흥업소 심야영업 단속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일찍마시고 끝내자」는 새로운 음주문화가 서서히 정착되면서 음주폭력ㆍ음주운전 등이 크게 줄어들어 일손을 덜게된 경찰과 일반시민들은 단속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반면 수입이 절반 또는 3분의1로 뚝 떨어진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전직ㆍ생계대책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유흥가의 「새벽손님」으로 수입을 올리던 택시들도 납입금조차 채우기 힘들다고 울상이다.
경찰관계자들은 단속으로 인해 학력이 낮고 전과자도 상당히 끼어있는 웨이터 등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대량실직사태가 강력범죄 등 범죄군으로 등장할 가능성과 유흥업소에 기생하는 폭력조직 등의 수입감소가 마약 등 다른 범죄에 손을 뻗칠 가능성에 대한 대책마련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범죄격감=이번 단속을 가장 환영하는 곳은 강남ㆍ강동ㆍ종로ㆍ중부ㆍ영등포경찰서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 관할경찰서.
강남경찰서의 경우 평소자정이후 2∼3건의 음주행패사범이 접수됐으나 8일이후엔 개서이후 처음으로 1건도 접수되지 않았으며 하루 15∼20건의 음주운전도 2∼3건으로 줄었고 영등포경찰서는 평소 5∼7건의 음주행패ㆍ폭력이 단속이후엔 8,9일 각 1건씩 2건에 불과했다.
신사파출소장 이종대경위(39)는 『하룻밤 많을 때는 5∼6명씩 음주폭력사범이 들어왔었는데 단속이후엔 1명도 없다』며 『자정넘어 통행자ㆍ통행차량도 눈에 띄게 줄어 거리가 한결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유흥업소=단속의 가장 큰 된서리를 맞은 곳은 허가업소 7백14개소를 포함,3천여개소의 유ㆍ무허가유흥업소가 밀집된 강남일대 유흥가.
2차코스로 오후11시이후 손님이 북적거리던 서초동 제일생명빌딩뒤 D디스코테크는 단속전만해도 웨이터 20여명,호스티스 30여명이 있었으나 단속이후 웨이터3명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그만두었고 호스티스도 20여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웨이터 서모씨(30)는 『평소 하루 5만원정도 테이블수입(팁)을 올렸으나 단속후에는 3일간 합쳐 겨우 1만5천원 벌었다』며 한숨을 지었다.
개업 두달째로 겨우 궤도에 올랐다는 신사동 B성인클럽사장 오모씨(45)는 『하루매상이 40%나 줄어 종업원감축이 불가피하다』며 『오전2시까지만이라도 영업할 수 있게하면 좋겠다』며 단속완화를 호소했다.
또 호스티스 등 여종업원들은 수입이 줄자 아예 해외취업을 위해 알선업체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택시회사=택시 1백20대를 운영하는 성수동 해성운수는 종전 하루1천만원의 수입액이 최근 8백만원으로 줄었다.
관리주임 이덕철씨(60)는 『대당 하루 입금액이 1만5천원가량 떨어졌는데 특히 오후4시부터 오전2시까지 일하는 오후근무조의 수입이 20%이상 줄었다』고 말했다.<김진ㆍ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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