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씨, 남은 6억 어디에 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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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지난해 SK에서 돈을 받은 과정이 검찰 수사에서 상세히 드러났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두 가지다.

15일 구속 수감된 崔씨에 대한 영장에는 '두 혐의가 모두 해당한다'(상상적 경합)고 적혀있다. 받은 돈에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알선수재, 아니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검찰은 영장에서 "崔씨 측이 새 정부 출범 이후 SK 측에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겠다며 먼저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로 달라고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崔씨는 부산상고 선배인 이영로씨와 만나 대선과정에서 진 빚을 논의하다 "재벌 개혁 과정에서 걱정이 많은 SK에 빚변제를 부탁하자"고 공모했다는 것이다.

李씨는 지난해 12월 19일 민주당 부산 선거캠프에서 진 빚을 갚으려 한다며 SK 孫회장에게 자금 요청을 한 데 이어 다음날 孫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도술씨와 함께 가겠으니 CD로 돈을 준비해달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孫회장은 며칠 뒤인 12월 25일 서울에서 崔씨와 만나 1억원짜리 CD 11장을 건넸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당시 崔씨가 孫회장에게서 "향후 SK 기업활동과 관련해 잘 부탁한다"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알선수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崔씨는 이 CD들을 李씨에게 맡기고 수시로 받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 때 진 빚을 청산하거나 개인 용도로 3억9천만원을 썼다는 것이다. 1억원은 李씨의 부인 裵모(대학교수)씨의 연구 지원비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러나 나머지 6억여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히 검찰은 崔씨가 지난 2월에도 孫회장과 서울에서 한 차례 더 만났다고 밝혀 두 사람의 거래가 더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시점은 崔씨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무렵이다. 특히 당시는 서울지검에서 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SK 분식회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무렵이어서 이와 관련한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崔씨에게 정치자금법이 적용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될 것 같다. 崔씨가 비록 "정치인 개인 자격으로 돈을 받아 썼다"고 주장하지만 불법 대선자금 성격을 띠게 돼 돈의 최종 도착지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崔씨는 지난 7일 자신이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됐다는 첫 보도가 나오자 "SK에서 단 돈 1원도 안 받았다"고 강력히 부인했었다. 일주일 뒤인 14일 오전 대검에 출두하면서도 "孫회장을 만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하루 만에 "孫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영장 실질심사도 포기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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