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 자산 되살릴 전집 낼 계획" 김병익 문화예술위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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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돌잔치를 차리고 보니 지난 1년 꽤 부드럽게 굴러온 듯 보입니다. 32년 관 체제로 내려온 기관을 민간화 하기 위한 틀은 얼추 다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의식이나 마음은 아직 관의 울타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네요. 빈틈도 많고요. 오늘은 그 빈틈을 다 메우기 위한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지요."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68.사진)은 "이제 준비운동을 끝내고 경기장에 들어선 선수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출판사 대표로 평생을 보내고 처음 공직에 들어섰던 지난해 이맘때, 그는 새 일을 앞두고 "주눅 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편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솔직한 비판, 따뜻한 격려,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지요. 따뜻한 소통이랄까. 아주 즐거웠어요. 자리가 편안해졌어요.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젊은이들이 꿋꿋하게 펼쳐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나가렵니다."

김 위원장은 초대 문화예술위원회의 구실을 "관(官)에서 민(民)으로 이관될 수 있게 이어준 다리"라고 풀었다.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니 서서히 변화시킬 수 있는 주춧돌을 놓겠다는 것이다.

"예술 텔레비전 채널을 하나 만들고 싶지만 길이 너무 먼 것 같고…. 우선 내년부터 '시학평전'의 송욱 선생처럼 잊혀진 문학사의 귀중한 자산을 되살리는 전집을 낼 계획입니다."

자신의 평론집 제목처럼 김 위원장은 '게으른 산책자의 변명'으로 시작해 '그래도 문학이 있어야 할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범 1주년 소감을 매듭지었다.

안면도=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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