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10원짜리 동전 잘 쓰지 않는데 왜 새로 만드는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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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그런데 틴틴 여러분, 요즘 10원짜리 동전은 일상 생활에서 그리 많이 쓰이진 않지요. 여러분도 아마 10원짜리 동전이 생기면 저금통에 넣거나 책상 서랍에 그냥 넣어두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과자를 한 봉지 사려고 해도 최소한 몇 백원이 필요하니까요. 사실 요즘 10원 단위로 값을 정한 상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죠.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10원짜리 동전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가상승으로 10원짜리 동전을 제대로 활용할 데가 없는데도 제조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죠.

그런데 한국은행에선 왜 잘 쓰지도 않는 10원짜리 동전을 계속 쓰게 하려는 걸까요.

한국은행은 10원짜리 동전을 없애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제조업체가 상품 가격을 50원이나 100원 단위로 책정할 경우 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물건값이 10원, 20원 오르다 50원, 100원씩 오른다면 부담이 크겠지요?

또 10원 단위가 사라지면 상품의 적절한 가격을 정하기도 쉽지 않답니다. 어떤 상품의 제조원가가 100원, 제조자의 적정 이윤이 20원, 판매자의 적정 마진이 20원이라고 해봐요. 1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에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제조원가(100원)+제조자 적정 이윤(20원)+판매자 적정 마진(20원)=140원이 되죠. 하지만 50원 단위로 상품 가격을 정한다고 140원이 아닌 150원을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거예요. 또 100원 단위로 가격을 정한다면 140원이어야 할 물건값이 200원이 되겠죠. 판매자가 손해를 보고 팔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비싸게 물건을 사게 될 것이 뻔하죠.

물건 값뿐이 아닙니다. 세금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정해진 계산법에 따라 1원 단위까지 금액이 정해지지만 만일 이를 반올림해 50원, 100원 단위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 부모님들의 세금부담이 만만찮게 늘어날 겁니다.

틴틴 여러분, 우리 생활 속에서도 10원짜리 동전의 역할이 아직은 남아 있답니다. 대형 할인점에 가면'가격 990원'이라고 표를 붙인 바겐세일 상품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싸다는 느낌을 줘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1000원이 아닌 990원으로 정한 것이죠. 이럴 경우 할인점은 거스름돈을 주기 위해 10원짜리 동전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또 동네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쇼핑봉투를 20원에 팔고 있지요. 이때 10원짜리가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지요.

한때 50원짜리 동전이 불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어 퇴출 위기에 몰린 적이 있어요. 하지만 현재는 50원짜리가 커피점에 1회용 컵을 반환할 때 환경보증금으로 되돌려받는 데 쓰이고 있어요. 직접적인 구매력은 약하지만 셈을 치르는 데 보조기능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10원짜리 동전이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판단이죠.

그럼 한국은행이 기존 10원짜리 대신에 새 동전을 발행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기존의 동전을 만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틴틴 여러분, 10원짜리 동전 하나 만드는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세요? 액면가의 2.4배인 24원이나 된답니다. 그 이유는 재료에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10원짜리 동전은 구리 65%와 아연 35%를 섞어 만들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구릿값이 크게 올랐거든요. 그래서 싼 재료를 활용해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새로 선보일 동전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루미늄에 구리를 덧씌운 형태예요. 이런 재질의 동전은 세계 최초라고 하네요. 제조비용도 개당 5~6원에 불과합니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은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연간 40억원 정도 절약할 수 있어요. 또 새 동전의 크기는 지름이 18.0mm로 기존(22.86mm)보다 4.86mm나 작아요. 무게는 1.2g으로 기존(4.06g)의 3분의 1도 안 되지요.

10원짜리 동전은 1965년부터 발행됐어요. 지금까지 발행된 것은 모두 59억 개나 되죠. 하지만 현재 실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절반이 채 안 된다고 해요. 집에서 그냥 보관하고 있거나 잃어버린 것이 많기 때문이지요. 지난해에는 10원짜리 2억2000만 개를 발행했으며 사용할 수 없는 3000만 개가 폐기됐죠. 한국은행은 올해에도 10원짜리를 1억7000만 개나 만들 계획이랍니다.

틴틴 여러분, 별것 아닌 듯 보이는 10원짜리 동전에도 이처럼 깊은 사연이 있답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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