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 다니는데 왜 발음이 시원찮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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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저술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가난했던 아버지의 가르침과 부자였던 친구 아버지의 가르침을 비교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냈다. 부자 아빠가 해준 인생에 대한 가르침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교사였던 자신의 아버지는 실수를 죄악시하고 용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부자 아빠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고 실수를 통해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며 실수하는 자신을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책에서 회고하는 부자 아빠의 가르침은 대부분 자신이 유년시절에 배웠던 것이다. 유년시절의 가르침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끔씩 보면 자녀를 영어학원에 보내고서 몇 개월 후 찾아와 아이가 영어가 안느는 것 같다느니 발음이 나빠지는 것 같다느니 하는 걱정을 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아이가 영어 유치원에서 생활도 잘하고 원어민 교사들과의 상호 작용에도 큰 문제없는 데도 아이의 영어 학습에 대해 회의를 보인다. 이유를 물어보면 집에서 아빠나 엄마가 영어로 물어보면 통 대답을 안하고 입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경우는 아이가 영어 발음이 유창하지 않다고 걱정한다. 자신의 자녀가 외국에서 생활할 때는 발음이 좋았는데 한국의 영어 유치원을 보냈더니 다른 아이들 때문에 자기 아이 발음이 나빠졌다고 하소연하는 분도 있다.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보냈으니 발음도 원어민처럼 유창해져야 하고 영어로 물어보면 영어로 즉답이 가능하도록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 기질을 표현하는 '빨리 빨리' 문화가 아이들의 영어 교육에도 이렇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영어를 쉽게 빨리 익히기 위해서는 영어를 즐겁고 자연스럽게 배우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부모들이 이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정작 부모 자신이 아이들이 즐겁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는 데 큰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인생의 기본 교훈을 다 알면서도 실수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것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는 이렇듯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영어로 이것 저것 집에서 물어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입을 닫게 된다. 부모가 평소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 사람인데 자신에게 영어로 물었다는 것은 자신의 영어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자신의 영어 발음과 영어 구사능력에 대해 부모가 불만이 많다는 것도 아이들은 알고 있다. 자신보다 영어를 잘하는 부모 앞에서 부족하고 미흡한 표현과 발음을 내보이는 것이 자신이 없는 것이다. 집에서 부모가 영어로 채근하고 아이의 발음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영어가 점점 재미없고 즐겁지 못하게 된다. 나중에 이런 아이가 자라서 '영어 잘 가르친 아빠 영어 못 가르친 아빠'라는 책을 쓸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의 미흡함과 실수를 너그러이 용납하고 인정할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지금 아이의 미흡함을 가지고 아이의 평생을 단정짓기에는 아이의 인생은 너무나 길고 찬란하지 않은가.

이기엽(워릭영어학원 대표원장)
자료제공=워릭영어학원 www.worwi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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