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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등 게임 심의 책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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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화부 장관을 지낸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가 정회되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앞은 대통령 비서실 실장이었던 문희상 의원. 오종택 기자

문화관광부가 2004년 5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게임물 등급 분류 기준을 완화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21일 공개한 '게임물 등급 분류 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란 문광위 공문과 영등위 회의 자료에 따르면 문화부는 2004년 5월 영등위에 등급 분류 심사 시 최고배당률 제한을 삭제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최고 배당률 제한을 삭제할 경우 자연스럽게 게임의 사행성이 높아진다. 손 의원은 "최고배당률 제한의 삭제는 사행성 게임 조장의 핵심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2004년 5월 당시에는 이창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장관에 재직 중이었다. 이 조치는 지금까지 문화부가 주장해 온 흐름과 상반되는 것이다. 문화부는 2001년부터 줄기차게 영등위에 사행성이 강한 게임물에 대해 등급 분류제도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각종 게임물의 사행성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해 왔다.

◆ "분류 기준 완화 주범은 문화부"=영등위는 당초 오락 게임의 최고배당률과 관련, '4초 이상 지속된 게임의 최고당첨액은 1000원 이하, 80초 이상 지속된 게임의 최고당첨액은 2만원 이하'라는 등급 분류 기준을 갖고 있었다. 이후 영등위는 문화부의 요구대로 최고 배당률 제한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분류 기준을 개정했다고 손 의원은 주장했다.

또 영등위서 자체 요약한 이 공문 내용에 따르면 ▶부가게임의 (화면) 외관 구성 비율을 삭제해 게임 화면에서 사행성 높은 화면이 더 부각되도록 허용을 유도했고 ▶네트워크 연결 대수를 삭제해 한 사람이 다수의 게임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적 제한을 없애는 등의 방법을 통해 게임의 사행성을 높여 왔다는 것이다.

손 의원은 "문화부는 바다이야기의 심의 책임을 영등위에 넘기려 하지만, 사행성 게임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분류 기준 개정 의견을 낸 문화부가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손 의원 측은 또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지난해 7월부터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들에 146억여원의 수수료 수익을 얻었는데 일부를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 "문화부는 영등위에 관여할 수 없었다"='바다이야기'의 영등위 심의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은 21일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사행성 게임 전반에 대해 많은 우려를 했으며 매우 심각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재직 당시 문화부는 물론 검찰.경찰.총리실 등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책회의도 했다"며 "상품권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04년 2월부터 5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문화부가 공문을 통해 영등위에 사행성 게임물의 재심의를 요청했다"고도 했다. 그는 2004년 7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바다이야기의 사행성이 우려돼 영등위에 등급 심사 보류를 요청했다는 유진룡 전 차관의 말이 맞다고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정 전 장관은 "유 전 차관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문화산업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영등위에 사행성이 강한 게임에 대해 재심을 요청한 사실이 맞다는 말이었지 '바다이야기'에 대해 심사 보류를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해 맞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정정했다. 그는 "사행성 게임이 급속도로 성장할 당시 문화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2002년 1월에 게임장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자신의 장관 재임 시절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용호.채병건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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