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사물놀이패 신 바람난 세밑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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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를 누비며 꽹과리·장구·북·징을 신명나게 울려 「신을 부르는 소리」라고 격찬받아 온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80년대를 마무리하는 세밑무대에 잇따라 오른다.
먼저 27일 오후7시 국립극장 대 극장에서 열리는 민속악회 시나위 창립20주년 기념공연을 겸한 제17회 정기연주회에서 김덕수패는 시나위 연주자들과 함께『경기도 당굿』을 선보인다.
낙궁이나 가래조 등 거의 잊혀졌던『경기도 당굿』의 장단을 되찾아 중요부분들을 연주할 예정이며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시위현장에서「한판 춤」이란 민중 춤을 추어 시선을 끌었던 이애주씨가 특별 출연한다.
이 연주회에서 시나위는『해금 산조』『가거도 뱃노래』등도 공연한다.
김덕수 패는 30일 오후7시 호암아트홀에서 펼쳐지는『울타리 굿 89 -하나되어』에도 출연한다.
『울타리 굿 89』는 사물놀이와 창, 피아노와 바이얼린 및 재즈연주, 한국 무용과 서양 현대무용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극이다.
시인 김명수씨의『방짜 유기』『두엄더미』와 백범 김구 선생의『내가 바라는 우리 나라』라는 글을 주제로 구희서씨가 대본을 쓰고 강준혁씨가 구성, 강영걸씨가 연출을 맡았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뿐 아니라 재즈의 강태환·김대환·최선배씨, 바이얼린 김영준씨, 피아노 한정희씨, 소리 안숙선·김경숙·이금미·하영일씨, 무용 남정호·김삼진씨, 연기 윤소정·이호재씨, 주제 음악과 신디사이저의 강준일씨 등이 공연의 참가자 전원이 모두 국내 음악·무용·연극·공연기획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중견 문화 예술인들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유장한 멋과 힘이 서양예술과 함께 만나 자유로운 소리와 움직임으로 표현될 약2시간에 걸친 이 공연은 흥겨운 놀이의 장이 될 것은 물론 공연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래『울타리 굿』은 지난 85년 뜻을 같이하는 공연예술가들이 이 시대에 걸맞은 공연예술의 창조를 위해 산울림소극장에서 첫 총체 예술무대를 만든 이래 매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1일 오후2시 호암아트홀에서 벌어지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송년 특별 공연은 80년대를 보내는 송년고사와 90년대 맞이 축원덕담이 담긴『비나리』외에『삼도설강구 가락』『삼도농악가락』『판 굿』으로 구성된다. 문 굿을 치며 공연장에 들어선 사물놀이패가 객석의 통로를 지나고 사상이 차려진 무대에 오르는 것부터가 여느 공연들과 다르다.
돼지머리·삼색과일·북어 등이 오르고 촛불과 향을 피운 고사 상 앞에서「인체액살 몰아다가 금일정성 대를 받쳐/원강천리 소멸하니 만사가 대길하고/백사가 여일하고/마음과 뜻 잡순대로/소원성취 발원이다…」하는『비나리』가 이어지는 사이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가 고사 상에 절하며 소원을 빌면 현장 적응력이 빼어난 상쇠 김덕수씨가 그 상황에 따라 무병장수·가족단란 등 즉흥적인 덕담을 해준다. 80년대의 마지막 날 오후 사물놀이패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묵은 액을 씻어버리고 소원을 비는 신명풀이 한마당이 펼쳐지는 것이다. <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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