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생각하는 투자=SRI펀드는 1920년대 미국 감리교회를 중심으로 행해진 윤리적 투자가 기원이다. 도박.주류.무기업체 등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소박한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후 기업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로 발전했다.
미국에서는 2005년 말 현재 펀드에 투자되는 금액의 8분의 1인 2조3000억달러(약 2208조원)가 SRI펀드로 운용된다. 유럽에서도 360여개의 SRI펀드가 240억유로(약 30조원)를 굴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운용사들이 잇따라 상품을 내놓아 SRI펀드 시장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SH자산운용의 'Tops아름다운 종류형 주식투자신탁'은 SRI펀드의 국내 원조로 꼽힌다. 기업의 투명성.윤리경영.인권 등을 고려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지난해 11월 판매를 시작한 이래 올 6월 말 수탁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트먼트는 18일부터 '알리안츠GI 기업가치향상 장기주식투자신탁'을 팔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권 등을 활용,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 수익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농협CA자산운용도 이달 초부터 '농협CA뉴아너스SRI펀드' 판매하고 있다.
◆수익률도 괜찮아=SRI펀드를 운용하는 관계자들은 "SRI펀드의 우수성은 선진국에서 이미 입증됐다"고 단언한다. 국내에서도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에코프런티어(SRI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 등급을 매기는 국내 유일의 기관)가 우수하다고 평가한 33개 기업을 묶은 인덱스 지수와 코스피 지수를 비교해 보면 2001년부터 최근까지 SRI 인덱스가 37.2%의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 또 SH운용의 SRI펀드는 설정 후 12.08%(18일 종가)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SH운용 윤일성 상품전략 차장은 "담배회사처럼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수익성 있는 기업이라도 SRI 기준에 맞지 않을 땐 투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준에 맞는 기업은 적어=국내에서는 아직 SRI 기준에 충실한 기업이 많지 않아 SRI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일반 펀드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SH운용 '아름다운펀드'의 편입종목은 삼성전자, .SK텔레콤.한국전력.태평양.유한양행 등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SRI 기준을 고려해 투자 대상 기업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