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고등학교는 어떤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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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부산상고는 1895년 사립 부산개성학교로 출발했다. 부산상고보다 역사가 앞선 학교는 배재고와 양정고 등 서울지역의 몇몇 사학뿐으로, 부산지역에서는 부산상고가 가장 오래된 학교다. 개성학교는 1909년 공립 부산실업학교로 이름을 바꿔 공립학교로 정식 개교했다. 부산상고 교사(校史)에는 이날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립학교가 등장한 날로 기록하고 있다.

1911년 부산상업학교로 이름이 바뀐 부산상고는 일제시대 가난한 조선인 학생들의 배움터였다. 이 때문에 조선인 학생들이 일제와 맞서는 저항운동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1940년 이른바 '노다이(乃台)사건'으로 불리는 부산학생반일운동의 주역이 바로 부산상고생들이었다.

해방 후인 1950년 부산상업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신입생을 모집하면서부터 부산상고는 남부지방의 대표적 실업학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후 수십 년간 부산지역 가난한 수재들이 모인 명문 상업학교로 이름을 날렸다.

이양한 전 부산상고 재경동창회장(48회)은 "부산은 물론 밀양.울산.양산.김천 등 인근지역, 그리고 나주.목포.순천.여수 등 부산과 뱃길로 연결된 호남지역에서도 많은 학생이 부산상고로 유학을 왔다"며 "부산상고는 오래전부터 남부지역, 즉 부산.경남과 전남 일대의 저소득층 수재가 모여들어 함께 공부하며 영호남 통합을 실천한 학교였다"고 말했다.

개교 110주년을 맞은 지난해 부산상고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부산상고는 지난해 45년간 써 왔던 이름을 버리고 원래 이름인 개성고등학교로 되돌아갔다. 실업계에서 인문계로 전환도 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원칙적으로 '학군 내 강제 배정' 방식으로 신입생을 받아야 하지만, 신설 학교와 실업계에서 인문계로 전환하는 학교에 주어지는 특혜 덕분에 중학교 졸업생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 시험에 응시하는 방식인 '학교장 전형제'로 3년간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치러진 첫 번째 신입생 선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개성고등학교는 부산 시내 165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해 우리나라 고교 입시 사상 처음으로 신입생 246명 전원을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신입생은 모두 각자의 출신 중학교에서 성적이 상위 9% 이내에 드는 우등생이었다.

현재 부산상고 동창회장들은 의외로 소박한 인물들이 맡고 있다. 총동창회의 경우 지난해까지 신상우(43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회장을 맡는 등 유력 인사가 이끌어 왔지만 지금은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양원석(46회) 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재경 동창회를 이끄는 인물 역시 그리 잘 알려진 인사는 아니다. 현재 재경동창회장은 (주)아티우드 대표인 오의명 씨가 맡고 있다.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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