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서 시위대에'로킷 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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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루마니아 유혈사대가 점점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1일 수도 부쿠레슈티에선 수만명의 시위대가 시내 중심부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시위대의 구호도「살인자」차우셰스쿠 퇴진을 외치고 있다. 22일엔 또 전국적인 파업이 계획되고 있다.
시위 확산에 따라 루마니아 군·경찰의 진압 또한 더욱 무자비해지고 있는데, 이들은 시위대에 자동소총을 난사하는가 하면 헬리콥터에서 시위군중을 향해 로킷포로 공격, 수십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등 처참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유럽 국가를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이 루마니아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고 있는데, 서독은 21일 루마니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4반세기동안 족벌정치와 철권 통치로 루마니아인들을 억압해온 차우셰스쿠의 통치가 바야흐로 종말을 고하고 있는 느낌이다.

<20명 한꺼번에 쓰러져>
○…유고의 탄유그 통신은 부쿠레슈티에서 장갑차량들이 학생들을 깔아뭉개는 장면과 경찰이 움직이는 것은 무엇에나 자동화기를 발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
소련의 타스 신도 소총으로 무장한 데모 진압 군인들이 교차로로 이어지는 한 대로상에서 데모대를 밀어붙였으며 자동무기가 요란하게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이어『부쿠레슈티의 중앙 간선도로를 따라 군인들이 움직이면 탱크들도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탄유그 통신은『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총구가 불을 뿜었으며 적어도 20명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고 말하고『오늘 조쿠레슈티에서 일어난 사건은 며칠전 티미시와라에서 일어난 것의 재판』이라고 전했다.

<차우셰스쿠 연설 중단>
○…부쿠레슈티의 한 외교관은 이날 최근시위의 무력진압을 지지한다는 취지에서 열린 관제집회에서 차우셰스쿠가 연설을 하는 동안 군중들이 야유를 하는 바람에 연설이 3분간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는 라디오와 TV를 통해 전국에 중계됐는데 군중들의 야유가 시작되자 방송은 중계를 일시 중단하고 음악을 방송했다.
연설을 시작한지 1시간동안 폭발음이 최소한 네번 울려 퍼졌고 4대의 앰블런스가 현장에서 목격됐다고 이 외교관은 덧붙였다.
집회를 마친 군중들은 주최측이 나누어준 깃발을 불 태운 후 부쿠레슈티시내 중심가를 행진하며 『티미시와라, 티미시와라』『차우셰스쿠 퇴진』등을 외치며 시위를 했다.
○‥티미시와라시에서 수천명의 시위군중들이 21일 오전 시교외 지역에서 중심가로 집결하고 있다고 한 이탈리아 여행객이 전했다.
이 여행객은『수천명의 시민들이 이날 오전 7시30분 루마니아 국기를 들고 차우셰스쿠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교외지역을 출발, 시중심가로 향했다』고 전했다.
티미시와라에서 열차편으로 유고에 도착한 일부 서방인들은 보안군 병력이 20일 정오쯤부터 시위대에 대한 개입을 중지했다고 전했으며, 한 시리아학생은 일부명사들이 시위대와 동조, 무기를 든 채 반정시위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군, 앰뷸런스에도 공격>
○…지난 17일 티비시와라에서 벌어진 유혈사태를 직접 목격하고 부상자를 치료했던 한 루마니아인 의사는『어린이·노인·여자들도 무차별로 살해됐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군인들이 심지어 앰블런스에도 총격을 가했으며, 『수백구의 시체들이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말하고『밤이 되자 군인들은 불이 켜진 집이면 어느 집이건 총을 쏴냈으며 그 바람에 자신의 동료 중 2명이 식사 중 총에 맞아 숨졌다』 고 처참했던 당시를 눈물로 기억.

<망명 정부 준비위 구성>
○…유럽에 흩어져 있는 루마니아 난민 조직들을 규합해 루마니아 망명정부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 위원회가 구성됐다고 관계자들이 21일 말했다.
재 이탈리아 루마니아 난민 위원회는 그들의 망명정부인「루마니아 구국정부」가 차우셰스쿠 대통령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재건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망명정부의 설립을 외해 현재 유럽에 흩어져 있는 난민조직들의 대표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코, 현지 대사 소환>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21일 루마니아정부의 대학살에 대한 항의표시로 각각 대사를 소환하고 조약폐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정부는 루마니아가 반정부 데모대를「잔인하게 탄압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루마니아주재 대사를 소환했다고 관영 CTK통신이 보도했다.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은 또 루마니아 공산당에 보내는 성명을 통해 루마니아 당국의 대량학살을 비난하는 한편, 헬싱키 조약이 보장하고 있는 인권보호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헝가리 정부도 루마니아와 맺은「우호협력조약」을 폐기하는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줄라 호른헝가리 외무장관이 말했다.
바르샤바 동맹국들은 서로 이와 유사한 조약을 맺고 있는데 조약을 폐기하는 문제까지 거론된 것은 바르샤바 동맹 역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소는 공식논평을 거부>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21일 소련 인민 대회의원들의 대 루마니아 항의표시 요구에 『소련은 아직 루마니아 사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식의사 표시를 거부.【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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