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33통 중 10통에서 금속성 이물질 검출" 충격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서 유통되는 33통의 분유 가운데 10통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 파장이 예고된다.

19일 'KBS스페셜'이 연중기획, 식탁안전 프로젝트 '제4편 생애 첫 음식, 분유에 관한 보고서'편을 방송한다.

지난 5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과 KBS 탐사보도팀은 공동으로 시중 유통되는 분유와 이유식 33통을 임의로 구입해 공인 시험기관인 '한국 생활환경 시험연구원'에 이물질 분석조사를 의뢰했다.

시험기관 분석의뢰대상은 소비자 단체에 불만이 제기된 제품과 같은 원료, 같은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KBS스페셜'에 따르면, 33통의 분유 가운데 3분의 1인 10통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됐다. 금속성 이물질의 검출빈도는 국산보다 외국계 조제분유와 이유식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외국계 분유에서는 12통 가운데 6통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됐고, 해외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외국계 국산제품 9통 중 2통에서 알루미늄과 철합금이, 국내 제품은 12통 가운데 2통에서 철합금이 검출된 것으로 밝혔다.

이를 회사별로 보면 미국 A사에서 생산하는 이유식 6통 중 2통에서 알루미늄과 철합금이 검출됐고, 2통에서 알루미늄 합금이 검출됐다. 역시 같은 회사에서 생산하는 다른 제품 6통중 2통에서 철합금이 검출됐다.

해외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국내 B사의 동일 제품 9통 중 1통에서 알루미늄 합금이, 또 다른 한 통에서는 철합금이 검출됐다.

국내업체 제품의 경우 C사는 6통 가운데 한 제품에서 철합금이 검출됐다. D사의 경우 6통 가운데 1개제품 1통에서 철합금이 검출됐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7월초 각 분유 생산업체에 검사결과를 알리며 왜 분유속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포함돼 있는지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그러나 각 업체들은 KBS의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공동검사를 요구했다. KBS는 검사결과가 관련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업체측의 공동 검사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업체측은 공동검사 과정에서 금속성 이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이 검출되자 검사방법이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동검사에 응하지 못하겠다며 검사도중 철수해 버렸다고.

한편, 미국 A사는 "소비자들이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제보가 있었으며 자체분석결과 일부제품에서 철, 알루미늄 입자들이 발견됐다. 원인은 분유 용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분유에서 발견된 철, 알루미늄 입자는 분유캔의 화학적 구성과 유사하며 캔을 개봉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B사는 "공정 중에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갈 리가 없으며, 원료로 사용하는 철 성분이 금속 미세입자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C사와 D사에서도 첨가물로 넣은 철분이 공정 중에 뭉쳐서 자성을 가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료로 들어간 철 성분의 결정과 분유 속에서 검출된 철합금의 표면 모습은 현미경으로 쉽게 구별될 만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대부분의 분유공장에는 자기장을 이용해 금속물질을 거르는 메탈 디텍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예방점검 차원이라고 강조하지만 금속성 이물질 여과에 기계적인 한계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업체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0.5mm 이하의 금속성 이물질은 거르지 못했고, 최고 기술 수준이라는 업체의 경우도 거를 수 있는 금속 이물질 최고 한계치가 0.2mm였다.

분유 속의 금속성 이물질 검출 사실을 인정한 미국의 A사는 "의학전문가등의 자문결과 소비자 민원이 제기된 분유 샘플에서 발견된 철이나 알루미늄 입자의 양은 아기의 건강에는 해롭지 않다"고 밝혀왔다.

국내업체들의 경우도 설사 이물질이 검출된다 해도 극소량이어서 아기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 업체의 주장과 관련해 금속성 이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전문가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세한 철이나 알루미늄 합금을 소량 단기간에 섭취할 경우 건강상에 큰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장기간 분유만을 먹는 영유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물질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규명이 1차적인 과제이며 금속성 이물질에 대한 유해성여부를 평가해 아이들이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분유'를 먹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지난 2월 엔파밀 사태 당시 정부는 해당 제품에 대해 전부 리콜 조처를 취하면서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 같은 회사가 만든 제품에 대해서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청이 유해성을 경고한 미국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당시 정부가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자문을 받았다는 전문가는 업체 관계자 2명이 전부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농림부 보고서는 업체의 의견 광고에 그대로 인용됐다. 이번 금속성 이물질 취재과정에서도 농림부 수의과학연구원은 소비자 안전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제작진은 "분유에 대한 일반인들의 가장 잘못된 인식은 분유가 멸균제품이라고 믿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유는 실제로는 멸균제품이 아닌 만큼 이미 외국에서도 나타난 바 있는 사카자키균 같은 치명적인 세균에 감염될 우려도 있다.

그래서 세계 보건기구에서는 분유를 70도이상의 물에서 타서 식힌 뒤에 아기에게 먹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분유업계에서는 분유를 타는 물의 온도를 50도 정도로 권장하고 있다. 제작진은 실험 결과, 50도 정도의 물에서는 세균들이 풍부한 영양분을 토대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분유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유를 타는 물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운데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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