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력 시위에 성난 포항 시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포항 시민 3만여 명이 어제 '불법 폭력 시위 규탄 및 포항 경제 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50일째 계속된 포항 건설 노조의 장기 파업과 불법 시위로 생활이 불편하고 서민 경제까지 흔들거리자 참다 못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여름에 포항 바닷가를 찾던 관광객들이 크게 줄고, 노조원이 속한 100여 개 전문건설업체들은 일을 못해 부도 위기라고 한다.

이번 사태는 노조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에서 시작됐지만 포스코 본사 불법 점거, 집회에 참석한 건설 노조원 사망, 부상.구속 노조원 증가 등으로 사태가 갈수록 악화됐다. 그럼에도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자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포항건설노조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건설노조 교섭단은 며칠 전 사측인 전문건설협의회와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등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는 일방적으로 합의안을 공식 거부한 뒤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파견한 교섭단이 합의한 내용조차 멋대로 뒤집는 지도부가 있는 한 교섭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건설노조는 어제의 시민 집회에 대해서도 "관제 데모"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민주노총까지 가세해 총파업을 검토하고 있다니, 너무 시대착오적이다.

시민을 적으로 돌린 노동운동이 성공한 예는 없다. 1970년대 초까지 기세등등하던 일본 공공노조가 급작스럽게 쇠퇴한 것도 잦은 불법 파업에 화난 시민들이 파업하던 열차기관사를 폭행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건설노조는 시민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기 전에 빨리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조원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일터가 무너지면 노조도 없다. 이미 오랜 파업으로 많은 노조원의 생활도 어렵다고 하지 않은가.

정부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건설 노조원의 사망 원인을 빨리 규명하고, 이번 사태로 불거진 다단계 하도급의 개선 방안도 얼른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