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낭비벽 미국 … 달러가 추락하면 제국도 멸망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미국의 달러화 약세를 오래 전에 점쳤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이를 바탕으로 직접 투자에 나서 지난해 218억 달러의 선물환 계약을 했다.

요즘 달러화 약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져 눈길을 끈다. 금융전문가인 에디슨 위긴과 1993년 태국 경제위기를 예측했던 리처드 던컨 등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의 주장은 각각 '달러의 경제학'과 '달러의 위기'라는 책으로 한국 독자에게도 이미 소개됐다. 미국은 정부의 재정적자와 개인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를 메우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내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달러 위기를 앞서 지적했던 에디슨 위긴이 이번에는 금융 뉴스레터 발행사인 아고라의 빌 보너 회장과 함께 같은 맥락의 주장이 담긴 책을 또 펴냈다. 하지만 이 책의 형식은 좀 특이하다. 미국의 달러화 약세를 '제국의 멸망'이라는 각도에서 고찰한 것이다. 그래서 한편의 미국 금융 통사 (通史) 를 읽는 기분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제국의 특징을 살피면서 미국을 오버랩시키고 있다. 로마와 몽고 제국은 전쟁으로 점령한 나라에서 10%의 조공으로 안정적인 재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막대한 돈을 써 전쟁을 한 뒤 점령국에서 '착한 척'하면서 되레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라크를 점령한 뒤 그들이 미국을 싫어하지 않도록 일주일에 10억 달러 씩 쏟아 붓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지은이들은 이를'제국의 모순'이라 설명한다.

또한 미국은 현재 소비자 지출이 경제에서 71%를 차지할 정도로 '낭비 마을'이라고도 지적한다. 지난해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번 돈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지은이들은 피트 피터슨의 '임박한 미국 정부의 파산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재정상태가)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재정 부족분을 연 45조~74조 달러로 예측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얻어 쓰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제국은 스스로 망한다고 저자들은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미국은 빚으로 스스로 망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책의 원제도 '빚의 제국(Empire of debt)'다.

김시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