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쌍용차 새 미국인 사장들 '노조 브레이크' 어떻게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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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주 GM대우자동차.쌍용자동차 경영을 맡은 두 미국인 사장이 노조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석사로 GM의 엘리트 코스를 거친 두 사장은 노사 갈등을 푸는 것으로 경영 능력을 평가받게 됐다.

마이클 그리말디(54) GM대우 사장은 한국에 부임한 8일 인천 부평 본사에 출근했고 다음날 노조와 첫 상견례를 했다. 그는 30여분 동안 한 인사말에서 노사화합을 강조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달 27일 기본급 5만6000원(3.98%) 인상, 일시금 20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해 찬반투표를 했지만 부결(52.2% 반대)됐다. 전날 현대차가 기본급 5.1%(월 7만665원) 인상, 성과급 150% 및 2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에 합의한 데 자극받은 조합원들이 현대차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전임 닉 라일리(현 GM 아태지역본부 사장) 사장은 4년 재임기간 동안 노사화합을 이끌며 지난해에는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종결지었다. 지난 5월에는 2001년 정리해고된 1725명 가운데 희망자 전원(1605명)을 복직시켰다.

GM대우 관계자는 "라일리 사장이 노조와 대화를 강조하면서 노사화합의 기틀을 만든 것이 신임 사장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말디 사장은 라일리 사장으로부터 한국의 특수한 노조 환경에 대해 '모든 것을 솔직히 공개하고 노조와 대화하라'는 원칙을 전수받았다. 그는 1976년 미 GM에 입사해 제품기획.재무.엔지니어링.생산관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필립 머터우(51) 쌍용차 공동 대표이사는 신임 등기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전날인 10일 한국에 왔다. 그는 11일 이사회가 끝나고 대표이사에 임명된 뒤 즉각 경기도 평택 공장을 둘러봤다.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노조 집행부와 상견례는 못했다. 14일에는 서울 역삼동 포스틸타워의 서울사무소로 출근해 400여 직원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노사화합을 당부했다. 그는 노조 전면파업 이후 처음으로 예정된 18일 오후 교섭에 참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와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대화하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지만 노조측이 '상하이차가 보낸 구조조정의 전문가'라며 면담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16일 저녁부터 평택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파업하는 '옥쇄파업'을 하면서 머터우 대표 등 상하이차 계열 등기이사 5명의 출입을 금지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이 고용 승계보장이라는 인수 당시 특별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머터우 대표와 면담을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머터우 대표가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GM이 인수한 회사들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고 언급한 것이 노조에게 정리해고 전문가라는 인식을 줬다"고 말했다. 머터우 대표는 GM이 인수한 회사의 구조조정을 맡아왔고, GM이 중국의 상하이차와 합작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엘리트 간부 출신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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