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 없다" 민정일부선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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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 도덕성에 의문제기>
○…민정당 지도부는 영수회담의 타결에도 불구, 『그 정도면 2년을 끌지 않아도 되지 않았느냐』『민정당은 과연 당론이나 원칙이 있느냐』는 등 질문에는 내심 곤혹.
민정당 관계자들은 『어차피 내줄 것 다 내주면서 그간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었는가. 그런 해결이라면 당 자체에서 능히 일찍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답변을 회피.
또 『사법처리원칙을 고수한다고 간담회를 소집, 사랑방간담회 등을 통한 홍보를 독려해놓고 이래 놓으면 어느 누가 당의 말을 따르겠느냐』는 물음에 『당론이 불변의 원칙은 아니다』는 궁색한 대꾸.
한 의원은 『내 이럴 줄 알고 사랑방좌담회는커녕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면서 『줏대도 없이 어떻게 당을 끌고 가겠느냐』고 한숨.
일부 당직자들은 『당론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소속의원의 목까지 상대에게 헌상해놓고 환영논평이나 낸 것은 정말 잘못』이라며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의 도덕성은 비판의 대상이 될것』이라고 주장.

<민주도 무거운 분위기>
○…16일 오전9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원 정무위원 합동회의는 영수회담 합의를 두고 노골적인 비판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
김영삼 총재는 『아쉽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정 의원 문제를 얘기하면서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눈물까지 닦더라』고 분위기를 전한 뒤 『그러나 여야합의는 국민의 여망인 만큼 이해를 해달라』고 요구.
김 총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김상신 부총재는 『이번 합의가 과연 역사와 국민, 그리고 민족 앞에 청산이라고 기록될 수 있겠는가』고 비난하면서 『3야 총재가 항복문서에 서명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며 『최소한의 요구마저 관철되지 못한 것』등이라고 맹공.

<정 의원 지역구서도 발끈>
○…민정당 정호용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서갑구지구당 및 주민들은 정 의원의 의원직사퇴는 대구시민과 당원에 대한 배신행위이므로 유권자의 의사를 무시한 사퇴강요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 의원 사퇴 등 5공 청산에 대한 여야영수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알러지자 16일 새벽부터 민정당 경북도지부사무실과 서갑구지구당사무실에는 정의원 사퇴를 반대하는 시민 및 당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
시민 및 일부 당원들은 또 이날 중으로 상경해 국회와 민정당사 등으로 찾아가 항의를 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항의전화를 통해 『정 의원의 사퇴가 불가피하면 의원직을 던져버리고 앞으로 실시될 지자제시장선거에 출마해 시민들의 진의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구=금 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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