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고추장남 이어 쌈장남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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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남', 된장녀와는 정반대 개념. 경제적 능력이 없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남성을 일컫는 신조어다. 잘 씻지 않고 돈이 아까워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우며, 주위에 친구도 없다. 주 의상은 츄리닝(트레이닝 복). 샴푸값이 아까워 물칠로 머리를 만진다.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글 올리기로 시간을 보낸다는 게 고추장남의 개념적 정의다.

고추장남 역시 된장녀와 마찬가지로 그 실체는 없다. 허영된 소비성향을 보이는 된장녀와 상응하는 인물이라는 해석이 대세다. 즉, '궁상 떠는 남자'라는 설명이다. 고추장남은 드라마 속에서 된장녀와 달리 사랑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예 외면당하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동정심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된장녀와 마찬가지로 고추장남 역시 과거에도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5월 종영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박영규가 대표적인 고추장남 캐릭터다. 광의적으로 지난해 5월 종영된 MBC 미니시리즈 '신입사원' 속 에릭(사진)이 연기한 '강호'와 그의 친구로 등장한 정진이 연기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박영규는 극중 점심값이 아까워 점심 시간만 되면 병원을 찾는다. 또 돈을 절약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주변에 빈대를 붙는다. 박영규의 고추장남식 사고는 시트콤 속 에피소드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박영규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고추장남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보다는 신사적인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온 박영규 개인의 이미지 변신에 대한 눈길이라 해석할 수 있다.

에릭이 연기한 '강호' 캐릭터 역시 대학졸업 이후 백수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의 반찬값을 슬쩍하는가 하면 동전 몇개에 목숨을 거는 고추장남이다.

그러나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속에서 고추장남의 캐릭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초반에는 고추장남이었다가도 후반부에 돌입하면 고추장남과 된장녀가 적절히 조화된 '쌈장남'을 탄생시키고 있다. 즉, 허영된 소비성향을 나타내는 된장녀와 동전 몇개에 벌벌 떠는 고추장남을 적절하게 섞에 놓은 인물이 바로 '쌈장남'이다. 물론 '쌈장녀'도 가능하다.

'신입사원' 속 에릭 역시 처음에는 고추장남이었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고루 조화된 쌈장남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또 방송중인 KBS 2TV 미니시리즈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오만석이 연기하는 인물을 광의적으로 쌈장남과 유사한 인물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할 듯하다.

드라마 초반, 오만석은 서울과는 타협할 수 없는 고지식한 농총 촌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후반부로 돌입하면서부터 숨겨진 그의 매력이 발산되고 있다. 즉, 고추장남 캐릭터로 여겨지던 인물이 알고보니 된장녀의 기질까지 겸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추장남과 된장녀가 적절히 조화된 또다른 캐릭터인 '쌈장남'에 또다른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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