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재신임' 정국] 청와대, 崔대표 연설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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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병완(李炳浣)홍보수석이 14일 기자실을 찾아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동안 야당 대표의 연설에 청와대는 공개 비판을 삼갔으나 이번엔 달랐다. 재신임 정국의 명분.기세 싸움으로 해석됐다.

李수석은 "당당하고 대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놀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1천억원 가까운 안기부 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소속 의원이 SK 비자금 1백억원을 현찰로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더욱이 그분(최돈웅 의원을 지칭)이 혼자 죽지는 않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고 있는 그 당의 대표가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니 놀랐다"고 일침을 가했다. 崔대표가 대통령 측근 비리를 집중 환기시킨 데 대한 대응이다.

李수석은 "과반수 의석을 점한 1당의 대표로 세상 모든 탓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을 보니 과거 5, 6공(共)의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짙은 동경과 향수에 젖어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제 요구에 대해 李수석은 "崔대표가 얼마 전 '대검 중수부장이 이 나라 최고 실세'라며 검찰의 SK 수사를 극찬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제 와서 못 믿겠다며 특검을 요구하겠다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崔대표가 "대통령의 신임에 관한 국민투표는 위헌 논란이 있다"고 한 대목에 대해 "처음 대통령이 재신임을 제안했을 때와 달리 이제 와서 다른 문제를 얘기하니 진의가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李수석은 "오늘 아침 주가가 780선으로 올랐고 수출도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며 崔대표의 '총체적 혼란'주장을 반박했다.

탄핵 언급에는 "무슨 탄핵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윤태영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서 최도술씨 관련 보고를 받고 '원칙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했었다"고 밝혔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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