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영향력 중위권 신뢰도는 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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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숭실대 교수

올해의 파워조직에 대한 영향력과 신뢰도 조사의 특징적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권에 대한 평가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정치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열린우리당은 다른 기관과 별도로 왼쪽 아래편에 홀로 떨어져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영향력과 신뢰도 낙폭도 조사 대상 중 제일 컸다. 결국 무능력한 데다 믿음도 주지 못한다는 것인데, 열린우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지난해보다 소폭 향상된 평가를 받았다.

둘째, 노동세력의 위기라고 할 만큼 전반적으로 노동계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한국노총.전교조 모두 영향력과 신뢰도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는 신뢰도에 대한 낙폭이 크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여러 가지 대기업 관련 사건에도 불구하고 재계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여전히 높았다. 지난해엔 삼성이 영향력과 신뢰도 두 측면에서 모두 1위였는데 올해엔 현대자동차가 1위로 올랐다. 불법자금 문제나 2세 승계 등 비슷한 사건에 대해 삼성이 조금 더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월드컵 홍보 효과, 북한 관련 사업, 최근 노현정 아나운서와의 결혼 발표 등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넷째, 사법부에 대한 평가 역시 높게 나타났다. 평가 순위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영향력과 신뢰도 점수는 지난해에 비해 적지 않게 하락했다. 이처럼 점수가 낮아진 것은 최근 불거진 법조 비리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권력기관의 경우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는 점도 흥미롭다. 검찰.국세청.청와대.경찰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검찰과 국세청은 지난해에 비해 영향력 대비 신뢰도 차이가 더욱 커졌다. 현실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권한에 상응하는 믿음을 국민으로부터 얻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국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여러 기관이 함께 협력해 국정을 이끌어가는 거버넌스(Governance), 즉 협치(協治)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비(非)국가기관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매우 높아졌다.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여타 파워기관 역시 사회적 책임감과 신뢰감을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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