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고급화, 폰카 선명하게…'카' 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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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디지털 카메라를 내장한 휴대전화 '카메라폰'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기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주 팬택앤큐리텔은 1백30만화소대의 카메라폰을 출시했으며 삼성전자는 이에 더해 캠코더 기능까지 갖춘 제품을 선보였다. 내년 상반기에는 2백만화소급도 나올 예정이다. 팬택앤큐리텔 노순석 상무는 "1백만화소대는 실제 사진수준의 인화도 가능하다"며 "디지털 카메라 이용자들의 상당수를 카메라폰이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카'와 '폰카'의 케이스는 디지털기기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또 하나로 합쳐지는 '디지털 컨버전스(융.복합화)'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카메라폰 판매량이 크게 느는 한편 저가형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디지털 카메라의 고가화.고급화를 촉진하는 '윈-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폰카의 습격=판매량으로 따지면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 카메라폰의 적수가 못 된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올해 국내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량은 70만대선이지만 카메라폰은 6백만대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앞서 1백만화소대 카메라폰이 나온 일본에서는 올 상반기 2백만화소급 이하 저가형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69% 줄어든 11만대에 그쳤다.

캐논 카메라를 수입 판매하는 LG상사는 올해 8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내년에는 20%대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휴대전화 업체들은 카메라폰이 고급 디지털 카메라 수준인 4백만화소대까지 발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업체인 올림푸스코리아의 방일석 대표는 "휴대전화의 내장 메모리와 배터리의 한계, 전송시 과도한 통신요금 등을 감안할 때 시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디카의 반격=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카메라폰의 공세에 대응해 저가형 제품을 조기 퇴출시키는 대신 고급제품을 대중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캐논은 지난달 말 전문가용인 6백30만화소대의 렌즈교환형(SLR) 카메라를 1백40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았다. 과거 비슷한 기종의 값은 2백만원을 훌쩍 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현재 60만~90만원대인 5백만화소급 제품의 가격도 곧 50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인용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주력하던 올림푸스도 최근 캐논.니콘 등에 이어 SLR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소니도 연내에 8백만화소대 초고화질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백만~3백만화소대이던 디지털 카메라의 주류는 올 들어 4백만화소대로 급속히 고급화했으며 내년에는 5백만화소급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LG상사 조병상 디지털영상 부장은 "기존 아마추어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을 보다 높은 수준인 '하이(high) 아마추어'군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라며 "이와 함께 디지털 카메라에 캠코더.PDA 기능을 갖춰 복합화하는 기술적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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