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부반응 극소화…생존율 높인다|「의학기술의 꽃」장기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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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뇌사상태에 있는 사람의 장기나 인공장기 등을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옮겨주는 장기이식은 의학기술의 꽃이다. 즉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힘으로 불릴 만큼 고도의 의학기술이 동원되는 분야다.
세계적으로 볼 때 지난 50, 60년대부터 시도되기 시작한 간·심장이식 등 주요 장기이식은 80년대 들어서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80년대 장기이식 분야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식수술이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이식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 점.
70년대 말까지 전세계적으로 년 몇백 건 수준에 머물렀던 간·심장이식 환자는 지난 한햇 동안 심장 3천2백건, 간 2천5백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 70년대 말까지 간이식 후 5년 생존율이 25%에 불과했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70%로 크게 향상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80년대 이식 기술의 가장 큰 진전으로 이식된 장기에 대한 신체의 거부반응을 방지하는 면역 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의 등장을 꼽는다.
80년대 초 스위스 보렐 박사가 개발한 사이클로스프린은 이식 환자의 생존율 연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FK506이라는 우수한 면역 억제제가 개발돼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그밖에 아직 기초단계에 불과하지만 영구 인공심장 이식이 있었고, 돼지·원숭이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또 심장과 폐를 동시에 이식하는 다 장기이식이 성공해 90년대의 새로운 이식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한편 국내의 경우 뇌사가 인정되지 않는 이유로 뚜렷한 발전이 없었다. 그러나 간이식과 골수이식의 성공은 괄목할만한 업적이었다.
◇간이식=지난 63년 미국에서 처음 성공한 간이식은 80년대 들어 수술 성공률과 생존율이 크게 늘어났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특히 지난 8월 호주에서 어머니의 간 일부를 자식에게 이식시킨 「부분 간이식」이 성공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작년 3월 서울대 김수태 교수(외과)가 간이식 수술에 성공, 80년대 국내 장기이식 분야의 최대 업적의 하나로 남았다. 특히 뇌종양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14세 소년의 간을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에게 이식시킴으로써 국내에 본격적인 뇌사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건이기도 했다.
◇심장이식=지난 62년 남아공의 버나드 박사가 처음 시행한 이후 70년대 들어서는 성공률이 낮아 소강상태에 빠졌으나 80년대 들어 면역 억제제의 발달로 보편화 추세를 보였다.
82년 12월 미국에서는 전 의료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니 클라크에 대한 수술이 있었다. 미유타대는 심장병 환자인 클라크씨에게「자비크7」로 명명된 인공심장을 이식해 1백12일간 생존시켰다. 영구 인공장기를 이식시킨 인류 최초의 사건이었다.
국내의 경우 88년 세종 병원에서 경찰의 고문치사로 사망한 명노훈군(당시 16세)의 심장 폐동맥과 판막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시켜 부분 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87년5월 서울대법원 민병구 박사 팀(의공학)이 한국형 인공심장을 개발하는데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신장이식 =신장이식은 가장 먼저 실시된 장기이식으로 외국에서는 이미 60∼70년대 부터 보편화 단계에 들어갔다. 최근 외국에서는 동물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69년 가톨릭 의대 이용각 교수 팀이 최초로 성공한 이후 80년대 들어 본격적 시술이 진행돼 88년까지 1천4백건의 신장이식 성공이 있었다.
특히 80년대 들어 성공률이 90%를 넘어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다.
◇기타이식=83년 가톨릭 의대 김동집 교수 팀은 형제간 골수이식에 성공해 백혈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인슐린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췌장은 87년 한림대 박선효 교수가 국내 최초로 이식수술을 했으나 합병증으로 2주만에 이식췌장을 떼어 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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