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앞둔 EC국가 한국기업 유치경쟁|세제·금융지원 선뜻 제의|줄 잇는 각종 설명회의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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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해기업만 아니라면 한국의 어떤 기업도 환영합니다.』
올 들어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세계각국의 투자유치단 방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 한달 동안만 해도 영국 북아일랜드 산업개발청(IDB)의 에릭 맥더웰 회장, 미 캘리포니아 주 팜데일 시의 토머스 H 스미스 부시장, 베를린 경제개발공사 피터 바이하르트 사장 등 10여개 국 대표가 잇따라 한국을 찾아왔다. 올 해 투자유치단의 방한은 총 6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호텔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갖거나 한국의 경제단체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는데 몇몇 국가는 서울에 사무소를 설치, 상수직원을 두고 있다.
투자유치 활동에는 각국 대사관이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 IDB가 주최한 골프대회 때는 주한 영국대사가 나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이 세계 각국에서 한국기업을 유치하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 때문. 특히 EC(유럽공동체) 지역국가들은 「EC통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국기업이 EC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세제·금융상의 지원도 투자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투자유치에 가장 먼저 나서고 적극적인 곳은 영국 북아일랜드.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가 다른 곳보다 낙후돼 있는 데다 역사적으로도 오랜 분쟁을 겪은 지역이어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정부는 IDB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한국에는 87년 서울대표사무소를 설치, 대우전자와 진도모피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IDB는 영국대사관·무역진흥공사 등과 함께 지난 6월 국내에서 골프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내년에는 한국의 기업관계자를 초청, 북아일랜드에서 골프대회를 가질 계획. 북아일랜드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직접 보고 투자하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IDB서울사무소 대표 존 루베리씨는 『북아일랜드 주민의 교육수준에 비해 임금이 싸다』고 소개하고 『특히 EC 어느 국가에도 상품을 쉽게 보낼 수 있으며 투자기업에는 금융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 스코틀랜드 산업개발청(SDA)은 스코틀랜드의 첨단공업단지 실리콘 글렌에 전자 및 반도체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최근 서울대표부를 설치했으며 역시 조세감면·융자혜택 등을 이점으로 내세운다.
EC가 통합됨에 따라 유럽의 각 항구 도시에서도 한국기업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항구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벨기에의 앤트워프, 독일의 브레멘 항은 각자 물동량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한국유통 센터의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유럽 외에도 북미·아프리카·남미·서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투자유치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데 주요 투자유치 세미나에는 한국기업관계자들이 1백 여명씩 참석, 성황을 이루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무역진흥공사(KOTRA) 장재균 통상진흥 본부장은 『효과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지역별 투자전략이 필요한데 임금이 싼 아시아 지역은 제조업 진출이 유리하지만 EC지역에는 신규 진출보다는 기업 인수가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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