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에 고국 찾은 재소예술인 맹동욱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소련작가동맹 회원이며 공훈예술가인 재소동포 연극인경 작가 맹동욱씨(58)가 무용가 김매자씨의 초청으로 지난 24일 방한했다.
1931년 함북성진 태생으로 53년 모스크바 누나 찰스키 극장 예술대학에서 연극이론의 고전으로 알려진 스타니슬라브스키 이론을 공부한 그는 카자흐 러시아극장에서17년간 총연 출가로 1백1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고 알마아타대에서 15년간 연극강의를 했으며 영화 출연 은 물론『임꺽정』등의 희곡과3권의 시집도 직접 저술한 연출가 겸 배우 겸 희곡작가 겸 시인이다.
『조국의 흙을 밟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조국 땅을 다시 밟은 이상 남은 생애동안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찾아보겠습니다.』
예술가로서, 또는 작가로서 소련에서는 최고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가족(부인과 3남)과 함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있는 그였지만 실로 36년만에, 백발이 성성해져서 다시 찾은 조국에 대한 감회 때문인지 간간이 목이 메었다.
『유학시절 당시 이상조 주 소 북한대사 등과 함께 반 김일성 운동을 해 귀국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추진되고 이에 때맞춰 한 소 관계가 급진전되면서「잘하면 조국 땅을 밟아보고 죽을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들였습니다.』
여비일체를 소련정부로부터 지원 받아 개인자격으로 방한한 그는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특히 한국경제대표들의 방 소를 계기로 우리동포들의 민족적 긍지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전한다.
국립극단에서 공연중인 실러의『간계와 사탕』을 관람한 그는『체험의 연기를 강조하는 스타니슬라브스키 체계와는 다소 다른 점을 발견 할 수 있었다』며 어쨌든 연극무대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최고의 교육현장이라고 연극예찬론을 폈다.
서울에 와서 외삼촌·외사촌·이모들을 이미 찾아 상봉했고 또 다른 외삼촌을 찾고 있는 그는 그러나『발전된 조국의 모습이나 즐기며 한가하게 보낼 수 없다』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7일 바탕골소극장에서 소련 시 낭송회를 가진 데이어 12월에는 서울예전에서 10일간의 워크숍을 갖는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광인의 수기』(한민족강제이주기록)를 영화화하기 위해 영화사 측과도 접촉을 벌이고 있다. <유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