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은 강택민 가르치러 간 것"|국방부가 공개한「남북병사대화」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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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다음은 국방부가 공개한 휴전선 지역에서 확성기를 이용한「남북 병사간의 대화」내용이다.
남=우리 대통령의 유럽순방은 우리의 국력과 국제적 지위향상에 따른 활발한 외교활동인데 한민족으로서 기뻐해 주지 않겠는가?
북=유럽순방 목적은 우리 나라를 둘로 갈라놓기 위한 매국행위이며 구걸외교다.
남=우리 대통령은 유럽순방을 통해 방문 국과의 유대 강화와 경제협력을 다지고 동·서독의 통일문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김일성의 중국방문과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북=중국의 강택민이 위대한 수령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초청한 것이고 노태우는 두개 조선을 획책하기 위해 유럽에 간 것이다.
남=베를린 장벽이 개방되어 수만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하고 이에 따른 동독의 민주개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 아니겠는가?
북=독일문제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가장 합리적인 통일방안은 고려민주 연방제다. 왜 남의 나라 일에만 신경을 쓰는가?
남=동·서독간 베를린장벽 철폐사실을 왜 보도하지 않는가?
북=그들은 고향방문단을 위해 서독에 간 것이며 동·서독의 교류확대가 목적이지 통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우리는 헝가리·폴란드 등 공산권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는데 이것은 우리 북방정책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북=그들 국가와의 외교관계수립은 두개 조선을 조작하기 위한 술책이고 사회주의 국가로부터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남=모든 공산권 국가들이 자체의 모순을 인정하고 개방과 개혁을 추진중인데 왜 북한만이 그 모순을 인정치 않고 있는가?
북=동구의 변화는 공산주의의 포기는 아니며 우리는 수령과 지도자의 영도로 사회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갈 것이다.
남=요즘 사회주의 국가들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유경제체제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런 개혁의 추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소련이나 중국이 그들의 경제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수정한 것 뿐이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살고 있기에 개혁이나 개방이 필요 없다.
남=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사상과 제도를 초월인적·물적 교류를 실시해야하지 않겠는가?.
북=통일실현을 위해서 는 정치·군사적인 면을 먼저 해결해야 하며 미군을 철수시키고 고러 연방제안을 수렴해야 한다.
남=남북이 서로 인정하고 같은 민족이라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실현해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 대통령은 자주·민주·평화의 3대 원칙에 의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제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이 합리적이고 통일의 장해를 없애려면 미군과 핵무기를 철수시켜야 한다.
남=지난 40년간 김일성의 장기집권은 정치를 잘하기 때문인가, 독재 때문인가?
북=우리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 와 김정일 동지를 민족의 태양으로 모시고 있다.
남=지도자의 은혜로 농사피해가 없다고 했는데 비가 오고 햇빛을 내리는 것도 지도자의 능력인가?
북=김일성 수령이야말로 조선의 하느님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날씨도 알맞게 조절해 준다.
남=북한은 살이 남는다고 선전하면서 왜 잡곡인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고 있는가?
북=통일이 되면 쌀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남조선인민들을 위해 비축해 두기 때문이다.
남=우리는 올해 연속된 풍작으로 쌀 생산량이 백미기준으로 4천95만8천섬이나 돼 남아도는 쌀로 쌀 막걸리를 만들기로 했다.
북=거짓말도 잘한다. 남조선에는 못 먹고 헐벗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많다는데 풍년은 무슨 풍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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