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방 "2012년 이전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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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국방부 장관 17명과 예비역 장성 9명 등 26명의 군 원로들이 10일 서울 신천동 향군회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동진.이기백 전 장관, 김상태 현 성우회장(얼굴 가린 사람), 서종철 전 장관, 백선엽 예비역 대장, 김성은.노재현 전 장관.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연합뉴스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특별회견을 했다. 청와대는 이를 오후 5시에야 출입기자들에게 밝혔다.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환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은 오후 6시쯤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2009~2012년 사이에 어느 때라도 상관없고, 지금 환수되더라도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비슷한 시간에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김성은.이상훈.정래혁 전 장관, 백선엽 장군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윤 장관은 "전작권 환수는 아무리 이르더라도 2012년 이전에는 안 된다는 것을 극렬 관철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성은 전 장관이 10일 공개했다. 김성은 전 장관은 전작권 환수 논의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10일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역대 장관 모임에서 "윤 장관과 그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노 대통령이 바깥에서 '아무 때나 괜찮다'고 해 마음이 매우 착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10일 "한국군은 2012년이 환수의 적정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전작권 환수 관련 대미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 장관, 정부 고위당국자 간에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윤 장관은 8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했고, 9일에도 노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장관은 김 전 장관 등과의 만찬에서 역대 장관들의 전작권 환수 중단 의견을 묵살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김 전 장관은 "윤 장관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면 여러 정치적 문제가 있어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여기서 사과하겠다'며 무릎을 꿇고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역대 장관들로부터 일부 오해를 산 측면이 있어 윤 장관이 정중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긴 했지만 무릎을 꿇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장관도 이후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일 뿐 실제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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