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농업」 선진국선 실용단계|미· 일 등 응용기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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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특정한 성질을 갖는 유전자를 세포 내에 끼워 넣는 방법 등을 이용한 이른바 바이오 농업이 몇 년 있으면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아직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식용 농작물보다는 꽃이나 면화 등에서부터 실용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생명공학을 응용한 바이오 농업에서는 기초기술이나 풍부한 아이디어에서 일본에 앞서 있는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기회가 성숙하면 곧 바로 실용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듀폰사는 코넬대의 샌포드 교수가 고안한 「유전자 총」 이라 불리는 새로운 기술의 영업권을 사들였다.
이 기술은 금이나 텅스텐 등의 금속미립자를 사용해 병충해에 강하다든지 하는 유용한 성질을 가진 유전자를 식물세포에 집어넣는 새로운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응용대상이 한정되어있던 과거의 유전자치환기술에 비해 훨씬 많은 작물에 응용될 수 있고 실제 그 동안의 기술로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고 여겨진 옥수수· 쌀 등에서 성과가 입증되고 있다.
미국의 한 벤처기업은 콩의 종자일부에 직접 유전자를 집어넣는 기술을 사용,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냈다. 이제까지는 유전자를 하나 하나의 세포에 끼워 넣어 이 세포를 배양해 식물을 기르는 방법에 비해 절반이하의 시간에 식물을 길러낼 수 있다.
유전자조작의 기초기술의 발전은 이를 응용한 다양한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듀폰사의 한 연구원은「앞으로 분재를 만드는 사람은 직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며 『듀폰은 한 잡초로부터 식물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아냈고 이를 다른 식물에 넣은 결과 크기가 작아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듀폰은 이 유전자를 응용한 상업화는 생각치 않고 있지만 장식 등에 쓸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있다.
일본의 협화 발효는 장미와 난 등을 작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육종으로 품종을 개량하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세포융합과 유전자조작 등의 기술을 사용, 상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식용작물에서도 생명공학을 사용한 갖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주로 맛이나 색깔, 또는 혀에 닿는 감촉 등의 특성을 바꾸는 것이 주류.
그러나 필수아미노산 등 영양분을 강화하고 지방 등의 성분을 조절해 건강식품을 만들려는 연구소도 있고 당뇨병환자를 위해 약 성분을 함유한 작물도 고려되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화학기업과 식물전문의 생명공학 벤처기업 중에는 식품회사와 손을 잡고 가공식품에 맞는 작물개량에 힘을 쏟는 사례도 있다.
벤처기업인 NPI사와 미 하인즈 사의 공동연구가 좋은 사례로 이들은 이미 수분이 적어 케첩 만들기에 좋은 토마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연구기술에서 뒤떨어진 일본이 그런 대로 자신하는 분야는 쌀.
동경에 있는 식물공학연구소는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등을 함유한 영양가 높은 식량을 쌀을 주재로 실현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담배와 기린맥주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가공 미 육종연구소에서는 술· 전병· 떡 등 가공에 적합한 쌀의 개발을 연구테마로 삼고 있다. 술의 원료로 쓸 쌀에는 단백질을 줄이고 녹말을 늘리는 것 등이 과제다.
벨기에의 벤처기업인 PGS사는 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살충독소의 유전자를 넣은 면화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벌레가 잎을 먹으면 곧바로 죽게 만드는 방식이어서 사람이 먹는 식품에는 쓸 수 없고 따라서 야채에는 살충독소를 스프레이로 뿌리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일단 실용화의 문턱에 다다름에 따라 구미기업 등은 이 같은 작물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팸플릿이나 강연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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