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이 베를린 장벽 벽돌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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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쟁 희생자 묘지 헌화>
○…서독을 방문중인 노태우 대통령은 21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21일 오후 6시 30분) 본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노르트후리트호프 묘지를 방문하고 기념비에 헌화.
승용차 편으로 노르트후리트 호프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묘지입구 양쪽에 도열한 의장대를 통과, 연방군 군악대의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전쟁과 정치적 박해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하여』라고 쓰여진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
노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노르트후리트 호프 묘지는 1715년부터 본 시 주민 및 군인들의 묘지로 사용돼 왔으며 1980년 본 대학 옆 호프 가르덴에 있던 기념비를 이곳으로 옮긴이래 외국인들의 헌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독일말로 인사 건네>
○…노 대통령은 21일 오전 숙소인 영빈관 김니히 성에서 테오도어 바이겔 기독교 사회당 당수(연방 재무장관 겸임)를 접견, 국제정세 및 양국의 협력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
노 대통령은 바이겔 당수를 접견하면서 『굿텐 모르겐』이라고 독일말로 인사를 건네자 바이겔 당수는 『이렇게 뵙게되어 반갑습니다』라고 답례를 표했는데 노 대통령은 아침 러시아워에도 불구하고 바이겔 당수가 본 외곽지역의 영빈관까지 방문해 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
노 대통령은 이어 작고한 슈트라우스 전 기사 당 당수를 회고하면서 『그 분은 세계의 어느 정치 지도자들보다 자유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있어 그 분과 만났을 때 큰 감명을 받았었다』며 독일 기사 당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고 이에 대해 바이겔 당수는『기사 당은 역사적으로 한-독 관계의 발전 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고 강조.
노 대통령은 바이겔 당수가 동북아 정세 및 중국문제에 관심을 표시하자『중국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달리 정치적 개혁의 준비 없이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하고『중국이 언젠가 정치적 변화를 추구할 것이므로 서방국가들이 조급하게 중국의 변화를 촉구하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부시 미 대통령에게 이 같은 의견제시를 했음을 설명.

<교민 자녀들 동요합창>
○…노태우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 별관에서 열린 교민 초청 리셉션에서는 베를린의 한 교민이 부서진 베를린 장벽의 조각을 남북통일 염원의 상징으로 노 대통령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뒤셀도르프 교민 자녀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 우리 동요를 합창하는 등 이날 참석한 1백여 재 독 교민들의 모국애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 속에서 1시간동안 진행.
윤남수 재 독 한인 연합회장의 환영 인사말에 이어 간이 연설 대에 오른 서 베를린 거주 정동양씨(베를린대 연구원)는 지난 9일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지던 날 자신이 브란덴부르크 앞에서 직접 채취한 가로37cm, 세로25cm, 두께10cm 크기의 페인트 방울이 여기 저기 묻은 부서진 장벽의 시멘트 벽돌조각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
정씨는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던 날 분단조국을 생각하며 하루종일 가슴을 설랬다』면서 『여기 부서진 장벽조각처럼 조국의 38 철책 선이 하루빨리 허물어지기를 기원한다』고 언급.
이에 노 대통령은 『지금 독일의 분단 장벽의 조각을 여러분들로부터 받고 보니 가슴속 뜨거운 감동을 누를 길 없고 또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여러분이 이 장벽의 조각을 주는 뜻은 우리의 분단 장벽인 휴전선도 반드시 무너뜨려 달라는 여러분의 아니 우리모두의 소망을 반드시 실현시키자는 다짐이라고 생각한다』고 감격 어린 어조로 답례.
이날 노 대통령과 부인 김옥숙 여사가 리셉션 장을 떠날 무렵 뒤셀도르프 어린이합창단이 『고향 생각』을 합창하자 노 대통령 내의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경청한 뒤 어린이들을 일일이 격려. 【본=문창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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